(뉴스초점)SK의 승부수..배경과 전망

"수직적 지주사 체제, 수평적 계열사 중심으로 전환"

입력 : 2012-10-30 오후 8:36:46
[뉴스토마토 김기성 기자] 앵커)SK그룹이 경영체계를 대폭 손질했습니다. 혁신적 수준이란 평가인데요, 현장에 취재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김기성 기자.
 
기자) 네.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논의내용을 전해 주시죠.
 
기자) SK그룹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진단과 처방은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각 계열사 경영진 30여명과 사외이사 20여명은 어제부터 오늘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이곳 아카디아 연수원에서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한 안정과 성장’을 주제로 비공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SK를 이끄는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인 것인데요,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견인할 향후 경영체계 관련해 일대 선언을 했습니다. 최 회장은 먼저 “각 사 중심의 수평적 운영체계를 통해 3차 도약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지주사가 각 사를 관장하던 수직적 위계구조에서 탈피해, 계열사 중심의 독립적이고도 수평적 구조로 그룹의 운영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지주사, 보다 직접적으로는 최 회장 스스로의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터져 나온 극단적 처방으로 파장과 충격은 가히 폭발적이란 분석입니다.
 
앵커) 배경은 무엇으로 보입니까.
 
기자) 표면적 배경은 ‘3차 도약을 통한 지속적 성장’입니다. 최 회장은 “2002년부터 시작한 ‘따로 또 같이’ 경영을 통해 2005년 전 계열사의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며 이를 1차 도약으로 규정한 뒤,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2단계 도약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3단계 도약의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이번 개편안인데요, SK는 장기화된 대내외 경기침체 등 경영여건의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비함과 동시에 각 계열사 중심의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을 위해 경영 시스템을 진화, 발전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미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SK가 한발 더 나아가 계열사 자율책임경영제라는 모법답안을 제시한 데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세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선제적으로 합당한 답을 내놓음으로써 정치권의 압박을 누그러뜨리는 한편 여론을 일정 부분 완화시켜 사면초가에 몰린 최태원, 재원 형제를 구할 수 있다는 기대 측면이 반영됐다는 얘기죠. 
 
앵커) 배경을 두고 갖가지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이군요. 자 그럼. 향후 SK그룹은 어떤 형태로 운영되게 됩니까.
 
기자) 국내에선 일찍이 볼 수 없던 혁신적 실험이 될 전망입니다. 먼저 지주사가 각 계열사에 군림하던 제왕적 권한을 포기하게 됩니다. 지주사로서의 경영 전반에 대한 관여와 조정, 지시 등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됩니다. 각 계열사는 지주사로부터 경영 일체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아 자율경영체제로 돌입합니다. 수직적 의사결정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SK 관계자는 “지주사가 계열사를 장악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권한을 분산시키는 게 목적”이라며 “수직에서 수평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경우 각 계열사를 한데 묶을 컨트롤타워가 없게 되는 셈인데요, 대안으로 위원회가 제시됐습니다. 대여섯 개 정도로 구성되는 특성별 위원회에 각 사가 참여해 그룹의 목표를 공유함과 동시에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유기적 관계를 맺겠다는 것입니다.
 
대신 위원회가 기존의 지주사 권한을 행사할 수 없도록 기구 성격은 일종의 논의기구로 철저히 제한한다는 방침입니다. 지주사의 폐해에서부터 논의가 출발한 만큼 기존의 지주사 성격은 전면적으로 벗게 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결국 ‘따로’ 각 사를 경영하면서도 ‘같이’ 그룹의 목표를 추구하는, 그리고 운용방식은 철저히 수평적 구조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 이번 '따로 또 같이 3.0'의 본질이란 얘깁니다.
 
앵커) 향후 재계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먼저 SK는 이번 세미나에서 협의된 내용을 근간으로 각 사별로 이사회의 승인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르면 11월말 새로운 그룹의 경영체계로 최종 확정될 것으로 SK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행 시점은 내년 1월1일입니다.
 
앞서 각 사 CEO들은 지난 9월부터 비공개로 각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 왔습니다. 다듬어진 안이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 테이블에 올려 졌다는 얘기입니다. 치밀하게 준비를 한 것이죠.
 
문제는 SK의 시도가 미칠 파장인데요, SK는 자산규모로 국내 재계 서열 3위의 초대형 그룹입니다. 정치권이 목매다시피 하는 지주사 체제는 지난 2007년 일찌감치 전환해 그 부담도 덜합니다. 그런 SK가 한발 더 나아가 지주사 권한을 내려놓고 각 사별로 자율책임경영체제로 전환한다는 소식에 재계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는 분위기입니다.
 
10대 그룹 가운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곳은 SK와 LG, 단 두 곳뿐입니다. 나머지 삼성, 현대차, 롯데 등은 여전히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총수 일가가 단 1% 내외의 지분을 들고 가공의결권을 기반으로 사실상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배경입니다.
 
때문에 정치권의 표적으로 떠올랐는데요, SK가 예상치 못한 강수를 두면서 이들 그룹의 부담감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입니다. SK발 파장이 재계 전체를 휘감을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이상 워커힐 호텔 현장에서 김기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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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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