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의 LG, '성과보상·세대교체'로 승부수

입력 : 2012-11-29 오후 6:12:18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28, 29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LG그룹의 내년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인사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위기상황이라는 판단에 따라 그동안 강조했던 '인화'대신 엄격한 성과주의에 기반을 둬 이뤄졌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지난달 중순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성과에 대해 충분히 인정받고, 제대로 보상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인사가 예년과는 그 성격이 다를 것임을 예고했었다.
 
특히 성과를 낸 인재는 과감히 발탁하고, 성과창출에 진취적으로 몰입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눈길을 끈다.
 
이는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임원인사는 총 승진자 110명으로 지난해 106명보다 4명 늘었다. 이 가운데 사장과 부사장으로 각각 3명, 8명이 승진했다. 지난해보다 사장 승진자는 1명, 부사장 승진자는 5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상무 승진자는 지난해와 동일한 76명이었다.
  
◇한상범 LGD 대표,  1년 만에 사장 승진.."성과와 승진은 함께"
 
사장 승진자에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034220) 대표이사와 LG전자(066570) HA사업본부의 조성진 부사장과 신문범 부사장 등 3명이 포함됐다.
 
한 대표는 올초 부임한 뒤 LG디스플레이가 8분기만에 흑자전환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취임 이후 현장을 누비며 아이디어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경영, 제품 원가와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 팀 운영 등을 통해 LG디스플레이가 재기하는 데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 신임 사장은 지난 5월 '신생산활동'을 선포하며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 변화보다 더 빠르게 변화해야 하고, 남들과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뼛속부터 변화해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을 돌파하자"고 주문하는 등 강한 리더십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 매출액 7조5930억원, 영업이익 2534억원을 기록하며 8분기만에 적자의 늪에서 탈출했다. 때문에 그룹안팎에서는 한 대표의 사장 승진을 일찌감치 예상하기도 했다.
 
HA사업부의 조성진 사장은 LG그룹 최초의 '고졸' 출신 사장이 되며 화제를 모았다. 35년 넘게 세탁기 사업에서 한우물만 판 조 사장은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등으로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점을 인정받았다.
 
◇여성임원 총 16명으로 늘어..30대 최연소 임원 탄생
 
이번 인사에서는 여성임원과 30대의 임원 발탁도 눈길을 끌었다.
 
LG 최초의 공채출신 여성 사업부장인 LG생활건강(051900) 생활용품사업부장 이정애 상무가 전무로 발탁 승진됐고, 같은 회사의 더페이스샵 마케팅부문장 김희선 부문장, LG디스플레이 IR담당 김희연 부장, LG유플러스(032640) e-Biz. 사업 담당 백영란 부장 등이 각자의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다.
 
이들의 발탁으로 LG그룹의 여성임원은 총 13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김성현 LG화학(051910) 상무는 LG그룹에서 최연소 임원과 유일한 30대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게 됐다. 지난 1998년 LG화학에 입사한 김 상무는 편광판 기술 개발에 두각을 나타낸 점을 인정받았다.
 
◇경영진 세대교체 신호탄..5명 부회장 중 2명 경영일선 퇴진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경영진의 세대교체도 함께 이뤄졌다. 그룹내 장수 최고경영자(CEO)였던 강유식 LG 부회장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LG그룹의 5명의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있는 부회장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3명만 남게 됐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는 남다른 고객가치를 창출한 인자를 과감하게 승진 발탁했다"면서 "사업 책임자의 경우에는 단순히 매출액과 손익 등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준비 여부를 엄격히 따져 인사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번 임원인사는 한마디로 '성과 중심의 보상'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인화를 중시했던 LG의 변신이 내년에 어떤 결실을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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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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