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의 밀월..정부, 원격의료 속도전

입력 : 2014-10-08 오후 5:53:26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울 반포 JW호텔에서 열린 투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1등 기업' 삼성을 위한 정부의 뒷바라지가 눈물겹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전체 매출액(금융사 포함 20개 주요계열사 기준)이 390조원에 달하면서 같은 기간 정부의 한 해 국가예산(총수입) 360조를 훌쩍 뛰어넘었다.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경제가 휘청이는 공식이 성립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책적으로 삼성을 비롯해 대기업을 지원해 온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됐지만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특히 최근 삼성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그 지원방식이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6개 주요기업들의 기업 투자 프로젝트 조사결과를 보면, 정부가 삼성과의 밀월관계를 보다 과감하게 공개한 것이 눈에 띈다.
 
16개 대기업이 올 하반기나 내년 중에 신규로 착수할 주요 투자 프로젝트가 총 13건이며 28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는 게 발표의 핵심인데, 이중 절반이 넘는 15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삼성전자가 분담했다.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들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해 왔던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한 성과인 셈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부에서 삼성의 가려운 곳을 파악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초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평택고덕산업단지에 반도체라인 증설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공장 가동에 결정적인 인프라인 전력공급망 구축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아 그마저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정부는 2018년 6월로 예정돼 있던 고덕산단 전력공급 시기를 2016년말로 1년 넘게 단축시켜 주겠다고 약속했고, 삼성전자는 곧바로 공장 착공 시기를 앞당겼다. 삼성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거액의 예산이 소요되는 산업단지 전력공급망 설치작업의 일정을 파격적인 수준으로 앞당긴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8일 "정부에서 기업들의 투자의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투자 시기를 앞당기고 싶어한다는 사실과 전력 인프라가 문제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래서 삼성이 급하다고 하면 우리(정부)도 급하게 빨리 구축해 주겠다고 해서 투자시기를 앞당기게 됐다"고 시인했다.
 
삼성전자가 계획하는 평택공장은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중 가장 큰 기흥사업장(43만평 규모)보다 두 배 가량 넓은 부지다. 평택 공장이 완공되면 '기흥-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삼성만의 반도체 클러스터도 구축하게 된다. 최근 스마트폰 실적 부진을 반도체에서 만회하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평택공장이 미래를 위한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
 
이날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던진 "모든 정부 행정이 삼성전자에 맞춰 돌아가는 것 같다"는 뼈있는 농담은 삼성과 정부의 관계를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삼성 지원은 앞으로 더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의료민영화 논란과 묶여 있는 원격진료다. 원격의료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통신을 통해 의사가 실시간으로 환자의 건강관련 수치를 확인하고 진료를 처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모바일'이 중심에 있다.
 
만성질환자나 몸이 불편한 환자, 섬이나 산골마을의 환자까지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동네병원을 고사시키고 대기업과 대형병원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부작용도 부각되면서 의사협회가 파업을 벌이는 등 반발이 거셌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아랑곳 않고 "국민건강 증진 및 불편 해소를 위해 원격의료 확대를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며 지난달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원격의료로 가장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쪽은 역시 삼성이다. 삼성은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모바일 헬스케어'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50억 달러 규모인 모바일 헬스 시장이 2020년에 200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이 분야 선두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2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환경에서 메디컬 데이터의 비전송 위험을 완화하는 방법 및 시스템'이라는 원격의료 관련 기술특허를 출원했다. 센서를 통해 의료정보를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원격의료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삼성에게 최대 수혜를 안겨줄 것으로 보고 있다. 원격의료 추진의 배경에 삼성이 있다는 말까지 의료계에서는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가 삼성메디슨을 연내 합병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삼성전자가 원격의료를 기반으로 한 신성장 동력 창출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29일 정부의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야당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추진단을 만들어 시범사업에 착수했고, 내년도 예산안에도 원격의료를 위해 10억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9월말에 우선 강원도 홍천보건소와 경상북도 영양보건소 2곳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서울 송파와 충남, 전남의 보건소는 10월 초, 응급의료기관 6 곳과 특수지 2곳 등 8곳도 10월 중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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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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