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횡령·배임으로 중형 선고(종합)

법원 "계열사와 금융기관에 거액 피해..시장 투명성 저해"
범죄 금액 679억5000만원 유죄..2743억원은 무죄 판단

입력 : 2014-10-30 오후 12:27:28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던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강 전 회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횡령·배임을 저질렀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계열사가 피해를 입고 금융시장 질서가 어지럽혀졌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김종호 부장)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의 신뢰와 투명성을 저해하는 회계분식의 방법을 동원해 금융기관에 큰 손해를 입혔고, 강 전 회장이 100% 또는 대부분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동원해 계열사에 거액의 피해를 입혔다"고 판시했다.
 
다만 "일차적으로 이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이지 대주주인 강 전 회장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다"며 "강 전 회장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개인 자산을 출자하고 차입금에 대해 보증 책임지는 등 오히려 현재 거액의 채무를 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장학생들과 의료비를 지원받은 등 은혜를 입은 사람들, 또 어떻게 보면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협력업체·노조 간부 등이 강 전 회장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편으로는 8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STX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손해를 회수할 방법이 없다"며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STX조선해양과 회계법인 등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엄벌을 바라는 탄원서도 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기준상 권고형량의 범위 내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News1
 
재판부는 강 전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공소사실 중 679억5000만원은 횡령·배임이 성립된다며 유죄로 인정했지만, 나머지 2743억원은 무죄로 봤다.
 
우선 강 전 회장이 개인회사인 글로벌오션인베스트를 통해 STX 주식을 보유하는 등 사적인 용도로 포스텍 자산을 임의로 처분한 점은 유죄로 판단됐다.
 
다만, 계약 성격과 STX에너지 지분 매각과의 관련성 등에 비춰볼 때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포스텍 자금을 사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 부분은 무죄로 판결했다.
 
또 STX그룹 계열사들의 STX건설·포스텍·STX중공업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인한 배임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지분가치 유지와 증대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의 일환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채무상환능력을 완전히 상실해 상환가능성이 없음에도 그 어떤 대책 없이 그대로 지원한 점, 신인도 유지라는 추상적인 이유로 강 전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포스텍·STX건설을 지원해 소액주주와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점은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STX조선해양 회계 분식과 사기대출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동 피고인인 김모 전 STX조선해양 CFO와 회계담당자들의 진술,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보고된 재무리포트 등 관련서증 내용을 종합하면 강 전 회식에 대해 지시하고 보고 받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 전 회장 변호인측은 "강 전 회장은 실제 상태의 재무현황을 보고 받지 못했고 이미 분식이 된 보고서를 받았기 때문에 분식회계에 대한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자비용 이상의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은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지는 점을 우려해 STX조선해양의 경영악화를 숨기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이 네개 회계연도 동안 58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한 것 역시 유죄로 인정했다. 당초 검사측에서 다섯 회계연도 동안 2조3264억원의 당기순익을 과대계상했다고 주장한 것에 비해 줄었다. 
 
이밖에 임원 성과급을 초과 지급하는 방식으로 10억4000만원을 횡령한 행위는 강 전 회장이 불법영득했다는 검찰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아 무죄로 판단됐다.
 
한편, 강 전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홍모(62)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변모(61) 전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이모(50) 전 ㈜STX 경영기획본부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또 김모(59) 전 STX조선해양 CFO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권모(56) STX건설 경영관리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희범(65)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자 전 STX중공업·STX건설 회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2001년 STX 그룹을 창업하면서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 강 전 회장은 회사 돈 557억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부당 지원에 따른 2843억원의 배임 혐의, STX조선해양의 2조3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허위 재무제표를 이용한 9000억원의 사기대출, 1조7500억원 상당의 회사채 부정발행 혐의로 지난 4월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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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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