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민변 행태 도 넘었다" · 민변 "사법정의에 재갈 물려"

민변 변호사 징계 신청 두고 정면 충돌

입력 : 2014-11-05 오후 5:55:03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7명에 대해 검찰이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징계 개시 신청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의 민변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이번 신청에 일부 작용했다는 점을 애써 부인하진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5일 쌍용자동차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하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5명에 대해 "통상 변호사를 기소하면서 변협에 징계신청을 해왔다"며 "변호사법 97조2항에 의하면 기소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개시 신청은 의무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소되지 않은 채 검찰이 '허위 진술 강요'와 '묵비권 행사' 등을 이유로 이번에 징계를 신청한 김인숙·장경욱 변호사에 대해선 변호사법 24조 품위유지의무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변호사법 24조는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직무 수행 시 진실은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장 변호사에 대해선 "간첩사건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여간첩 이 모 씨에게 '보위부 문제는 모두 거짓이라고 진술해야 한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종용했다. 이 부분은 판결문에까지 인용돼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법 24조의 진실 은폐에 해당하고 '피의자의 허위진술을 허용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도 반하는 행위로 검찰은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인숙 변호사에 대해선 "세월호 집회에서 경찰관을 하이힐로 내려친 피의자가 자백을 하려고 하자 '조사 그만'이라고 말하면서 밖으로 데리고 갔다. 데리고 나가서 진술 하지 말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피의자는 자백하겠다며 김 변호사의 재판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 이 역시도 변호사법 24조의 진실은폐 금지 규정에 명백히 반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민변의 그동안 인권보장의 보루를 지켜왔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 해온 업적을 검찰이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에 들어서서 민변의 (행태는)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길거리에서 불법행위를 하고 경찰관을 폭행, 심지어 체포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일반인이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인데, 법을 한다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서서 이 정도까지 했다"고 성토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사회적 평가를 받고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또 "민변 변호사들이 그동안 변론 과정에서 문제를 야기한 것이 사실은 이런 사건뿐만 아니다. 일심회 사건, 왕재산 사건 등 각종 간첩 사건에서 상당한 무리를 해왔다"며 "더 이상 방치하기에는 문제가 크다고 봤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개시 신청이 위선의 결정이 아닌 일선 수사 검사들의 의지가 모아진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사회적으로 더 용납해야 하느냐는 (수사 검사들의) 의사가 결집 돼 이런 조치까지 이르게 됐다"며 "정권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소되지 않은 변호사들에 대해 변협에 징계를 청구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징계와 관련해 변협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민변 소속 변호사 3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징계 개시 신청을 맹비난했다.
 
민변 회장인 한택근 변호사는 "이번 징계 개시 신청 사유는 통상 징계 사유인 개인적 비리 등이 결코 아니다"며 "경찰들이 집회 장소를 둘러싸고 폴리스라인으로 집회 장소를 침탈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인숙·장경욱 변호사에 대해서도 "두 분은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과 국가보위부 남파간첩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인들"이라며 "그 사건과 관련해 징계 청구를 하지 못하니까 다른 사건 관련해 징계를 청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징계 신청 사유가 너무도 어처구니없다"고 성토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의 대한변협 징계신청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News1
 
권영국 변호사는 이날 '검찰 관계자'가 조선일보에 '변협에서 정직 등 중징계를 당할 경우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변호사들의 생존권의 목줄을 잡아서 인권옹호 활동과 사법정의 실현 활동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치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변호사는 "결국 이 싸움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람들과 정치검찰 및 그를 지휘하는 정권의 대결로 봐야 할 것"이라며 "정의와 불의한 권력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간첩으로 확정 판결 받은) 이 씨는 북한에서도 정신병원에 있었던 분"이라며 검찰이 이 씨에게 구치소에서 자신에 대한 변호인 선임을 취소할 것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법정에 갔다"며 '진술 거부'를 종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형이 확정된 이씨가 '변호사님밖에 의지할 수 없다. 재심을 언제 하느냐고 한다"며 "억울한 누명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변호사의 주장에 검찰 관계자는 "2심 판결문에서 이 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고 했고, (정신 건강으로 인한 허위 진술 여부에 대해서도) 별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민변은 성명서를 통해 검찰에 징계개시신청 철회를 요청하는 동시에 이번 징계 개시 신청에 대한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고 밝혔다. 또 변협에는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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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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