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웅제약 '알비스' 위수탁 계약 논란

중소사 10여개사와 계약.."우리 거래처 판매하지 마라"

입력 : 2015-01-21 오후 2:26:27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대웅제약(069620)이 항궤양제인 '알비스'를 중소 제약사에 위수탁을 맡기면서 '갑질 횡포'를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10여개사와 알비스 판매제휴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계약 업체는 미래제약, 메디카코리아, 한국글로벌제약, 서울제약(018680), 한국파마, 뉴젠팜, 영일제약, 한국피엠지제약, 알리코제약, 넥스팜, 셀티스팜 등이다.
  
(사진출처=대웅제약)
항궤양제인 알비스는 600억원 규모로 대웅제약 전체 매출에서 9%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제품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알비스의 시장성을 높게 보고 복제약 개발에 줄줄이 착수했으나 오리지널과 복제약이 동등하다는 생동성 입증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하지만 파비스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009420)가 지난해 복제약 개발에 성공해 알비스의 독점지위가 깨졌다. 더욱이 두 업체는 파트너사들을 통해 대거 위수탁 제품을 풀었다.
 
파비스제약은 신풍제약(019170), 한미약품(128940), 광동제약(009290), 구주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마더스제약, 드림파마, 휴온스(084110), 씨엘팜, 대우제약 등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유한양행(000100), 녹십자(006280), 환인제약(016580), 안국약품(001540)과 손을 잡았다.
 
복제약이 시장에 일제히 쏟아지게 돼 오리지널사인 대웅제약에겐 비상이 걸렸다. 오리지널 알비스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웅제약이 시장 수성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물량을 푸는 위수탁이다. 차라리 복제약을 늘려 경쟁사들의 매출을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이다.
 
위수탁 계약한 10여개사는 대웅제약이 생산한 완제품을 받아 포장만 달리해 판매에 나선다. 복제약과는 달리 오리지널 알비스와 동일한 제품으로 일종의 쌍둥이약(위임복제약)인 셈이다.
 
대신 대웅제약은 공급가에 따른 마진을 챙길 수 있다. 파비스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 등 15여개사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대웅제약이 10여개사와 체결한 계약 내용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계약서의 일부 조항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대웅제약은 계약서에 "대웅제약 및 그 관계사가 이룩한 영업권을 존중하며 기존 거래처에서의 영업을 저해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대웅제약의 거래처를 피해서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가진 시장은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라며 "알비스가 웬만한 대형병원들과 주요 의원들에는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일부 동네의원에나 영업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10여개사는 모두 중소사들이다. 성장동력이 필요한 이들은 영업 제한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강행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파비스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 쪽으로 선회할 수도 없다. 파비스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는 원료 문제로 생산물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알비스 복제약을 출시하려면 대웅제약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위수탁 계약할 때 거래처를 침범하지 말라는 내용을 넣는 것은 아주 특이한 경우"라며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일종의 독소조항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제약사 당사자 간에 협의해서 대웅의 영업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합의이기 때문에 불합리하다고 보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며 "대웅제약은 추후에 상대방이 불합리한 사항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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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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