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피델리티도, 일동제약 손들어

녹십자 적대적 M&A 수면 아래로

입력 : 2015-03-20 오후 1:48:09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녹십자의 일동제약 경영권 참여가 무산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가능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동제약의 2대 주주인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3대 주주인 피델리티와 소액주주들이 일동제약의 손을 들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20일 열린 일동제약 주총 장면.(사진제공=일동제약)
일동제약은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사와 감사 선임 등 5건의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녹십자가 제시한 안건은 부결됐다.
 
이날 주총은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상대로 적대적 M&A의 시발점이 될 수 있어서다.
 
녹십자는 지난달 일동제약에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다음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일동제약 이사진 3명 중 감사와 사외이사를 녹십자가 추천하는 이사로 선임해달라는 게 골자다.
 
일동제약 이사는 총 10명이다. 이중 이정치 회장을 포함한 3명이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이었다. 일동제약과 녹십자는 각자 다른 이사와 감사를 제안했다. 일동제약은 이정치 현 회장과 서창록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이상윤씨를 감사로 추천했다. 녹십자는 허재회 전 녹십자 사장을 사외이사로, 김찬섭 녹십자셀 사외이사를 감사로 추천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1명으로는 당장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영 참여에 첫발을 뗀 후 지속적으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에 딴지를 거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감사는 회계, 개발비 등 내부 정보를 모든 알 수 있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이사회 진입을 사활을 걸고 막았다. 하지만 일동제약(32.52%)과 녹십자(29.36%)는 지분율이 3.16%p 차이에 불과해 이사와 감사 선임을 두고 표대결이 불가피했다.
 
일동제약이 꺼내든 카드는 피델리티와 소액주주들과 손을 잡는 것이다. 3대 주주인 피델리티가 보유한 지분은 9.18%며, 기타와 소액주주들이 가진 지분은 28.12%다. 정관상 이사·감사 선임 안건은 참석주주(위임장 포함)의 과반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일동제약은 주총을 앞두고 주식을 보유한 퇴직자들과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만나 의결권 확보에 매진했다. 피델리티도 일동제약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이 주총에서 위임장 포함해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녹십자 측의 인사를 찬성한 주주는 녹십자를 제외하고는 0.5%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소액주주들을 포함해 피델리티도 일동제약의 손을 들어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표대결을 하지 않고 일동제약의 이사와 감사를 받아들였다. 녹십자 관계자는 "주총에서 의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다만 앞으로도 일동제약 경영권 권리행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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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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