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해외계열사 지분 감춘 롯데 고발도 가능"

사실상 총수일가가 일본계열사 통해 국내계열사 지배…관련 자료 미·허위 공개
롯데측 "그룹 성장 과정에서 불가피, 고의성은 없어"

입력 : 2016-02-01 오후 3:54:23
롯데의 해외계열사 현황이 공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현황 자료를 토대로 일본 내 계열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제출한 롯데에 대해 제재 절차에 착수했고, 고의성이 밝혀질 경우 고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1일 해외계열사가 포함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롯데는 복잡한 순환출자를 활용해 총수일가가 일본계열사를 통해 국내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신격호 회장과 총수일가는 일본 롯데를 중심으로 일본에 36개, 스위스에 1개 등 총 37개의 해외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등 7개 해외계열사의 지분은 총수일가가 직접 소유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회사는 롯데홀딩스를 통해 지배하는 구조였다.
 
결국 총수일가가 광윤사를 통해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는 다른 일본계열사들과 함께 호텔롯데 등 국내 주요계열사들을 지배해온 것이다.
 
이 때문에 총수일가는 롯데그룹에 대한 지분이 2.4%에 불과했지만 80%가 넘는 계열사 간 출자와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덕분에 대부분의 롯데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었다. 또 국내계열사 가운데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를 비롯해 출자비중이 높은 계열사는 대부분 비상장사로 순환출자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롯데는 최대 24단계에 걸친 복잡한 출자단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총수일가가 있는 집단의 평균 출자단계인 4단계보다 월등히 많다"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롯데가 순환출자 등 복잡한 계열사간 출자를 고의로 활용하고 감췄는지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에는 자산 5조가 넘는 대기업집단은 총수일가를 비롯해 계열사 간 지분과 지배 관계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인 '형제의 난'이 일어나기 전까지 일본 롯데 계열사의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수일가가 국내 계열사 11곳의 지분을 보유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은 총수 일가와 관계가 없는 '기타주주' 소유라고 보고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신격호 회장의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집단 지정자료 미·허위제출, 롯데 소속 11개사의 주식소유현황 허위신고와 허위공시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사건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 과정에서 롯데가 고의로 거짓자료를 제출하거나 허위 사실을 공시한 것으로 밝혀지면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고발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측은 "롯데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회사의 수익금을 국내에 투자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며 "공정위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한편 홀텔롯데의 상장과 함께 순환출자 고리도 줄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롯데'의 주요 소유지분 분포도(2015년 10월말 기준). 자료/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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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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