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이제는 인간이 진화할 차례다

정경진 콘텐츠전략부장

입력 : 2016-03-06 오후 12:00:00
무라세 슈코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에르고 프록시(Ergo Proxy)>는 환경악화로 황폐화된 행성에 만들어진 돔형 인공도시 롬드에서 인간과 ‘오토레이브’라는 인공지능(AI)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 세계를 그렸다. 인공지능을 갖춘 오토레이브는 인간의 파트너로서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찾아내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사결정까지 도와준다.
 
현실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인간의 노동력과 두뇌활동을 대신하듯이 오토레이브는 인간을 도와주는 보조 도구이자 개인비서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춘 미래의 AI는 더 이상 한낱 기계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친구이자 없어서는 안 되는 동반자가 된다. 더욱이 AI가 ‘코기토 바이러스’에 감염돼 ‘마음’까지 가지게 되면 인간과 AI를 구분한다는 것은 무의미해진다.
 
LG경제연구원은 학습하고, 기억하고, 판단하는 두뇌의 역할을 하는 미래의 통신기기를 내 몸 바깥에 있는 두뇌를 의미하는 '외뇌' 또는 엑소브레인(Exobrain)이라고 명명했다. 공상과학에서만 상상했던 '외뇌 시대'는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보다 똑똑하고 기능적으로 우수한 기계와 알고리즘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AI가 인간의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IBM이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으면서 화제를 모은 이후 AI는 눈부신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다음달 9일 열리는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코(Alpha Go)의 바둑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피닉스 오픈에서는 골프로봇 엘드릭(LDRIC)이 파3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AI는 무인자동차에 이어 전투로봇이 군인들과 실전훈련을 하는 등 갈수록 인간의 삶에 밀착되고 있다. 대형매장에서 손님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대신 찾아주고 24시간 경비를 서거나 햄버거를 만드는 로봇까지 등장하고 있다.
 
AI의 진화는 인간에겐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로봇에 일자리를 내어준 인간의 존재 의미와 생존 위협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인간의 역사가 그랬듯이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해 새로운 단계로 진화할 차례다. 그렇지 못하면 창조주와 피조물의 위치가 바뀌는 미래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으므로.
 
정경진 콘텐츠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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