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기취업 대학생들, ‘김영란법’ 피해 없어야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입력 : 2016-09-20 오전 8:00:00
오는 28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발효를 앞두고 한국사회가 들썩거리고 있다. 김영란법은 20116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한 법안으로 공직자, 언론사, 사립학교, 사립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의 이사장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관계없이 1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으면 형사처벌 하는 강력한 반 부패법안이다.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이 법안은 1993년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발효된 금융실명제보다 더 국민 경제와 수많은 일상적 관행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김영란법 적용대상자로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됨에 따라 대학사회 내의 수많은 관행도 적잖은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법안 시행 초기 피해를 입게 생겼다.
 
대학교 재학 중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거나 기업체 취업이 확정된 학생에 대한 학점인정(졸업) 관행이 김영란 법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취업시장에서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기업 공채나 공무원시험에 합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동안 조기취업 대학생의 경우 암묵적으로 해당 수업시간에 취업계를 제출하고, 해당 과목의 교수와 협의해 출석 문제를 대체과제제출 등 다른 방법으로 메우고 학점을 인정받아왔다.
 
대기업들의 공채가 주로 하반기에 몰려있고 졸업예정자를 우대하는 취업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취업을 하는 시기는 4학년 2학기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 취업이 확정될 경우 신입사원 연수 등 참여로 학교 수업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마지막 학기라도 대학생으로서 수업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 같이 취업이 어려운 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겐 꼭 필요한 관행으로 여겨졌다이러한 현실 때문에 학교입장에서는 조기취업 대학생에 대해 학칙 상 별도의 규정이 없더라도 해당과목 교수의 재량에 따라 출석인정을 묵인해 왔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동법 제5조 부정청탁금지조항에 따라 학생이 출석하지 않아도 학점을 받는 행위는 불법이 된다. 청탁하는 학생의 경우 처벌을 면할 수 있으나(자기의 이익에 관한 청탁은 처벌대상이 아니기 때문) 편의를 봐준 교수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
 
따라서 올해 2학기 기업체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조기취업 대학생들은 김영란법에 저촉돼 출석일수를 인정받는 그동안의 혜택 누릴 수 없게 됐다. 2학기 취업 후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이대로라면 공무원 시험합격자의 경우 학력제한이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경우 자퇴를 해야만 한다. 기업체는 대부분 대졸채용이 많기 때문에 업체가 공채 일정을 조정하지 않는 한 신입사원 선발에 혼선을 빚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은 당장 이번 달 예정돼 있다. 개강이후 심각성을 인지한 각 대학의 조기취업 대학생들은 당혹스런 마음으로 학교 측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입장에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김영란법은 최초 2012년 제안돼 4년이 지난 올해 시행이 확정됐다. 이 법이 가진 사회적 파급력을 감안할 때 지난 4년이라는 기간 동안 각 분야별로 법 시행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특히 취업률을 대학평가의 중요 지표로 삼는 정부 입장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대학사회의 조기취업자 학점인정 관행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 검토를 거쳐 조기취업 대학생을 위한 대체과제인정, 온라인·야간·주말 강좌 확대 등 다양한 구제방안을 마련했다면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조기취업한 대학생들이 겪는 혼란과 불안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은 분명 부패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우리 사회의 투명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념비적 사건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취업을 앞둔 절박한 대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법안 운용의 묘를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조기취업 대학생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루빨리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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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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