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낸드플래시가 탑재된 SSD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토마토 이재영·김진양·박진아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갤럭시노트7 리콜 손실에도 반도체의 힘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디스플레이와 가전사업도 선전한 것으로 보여진다. 기술·원가경쟁력 우위에 시황 호전까지 보태졌다.
삼성전자는 7일 매출 49조원, 영업이익 7조8000억원의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1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55% 증가했다. 갤럭시S7 히트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8조원을 초과했던 전분기에 비해선 기저효과가 나타났다. 매출은 3.81%, 영업이익은 4.18% 감소했다. 지난달 말 증권가의 평균 예상 실적에 비해 영업이익은 1500억원 정도 높다.
반도체가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과의 기술격차가 유지된 가운데 시황이 회복된 덕분이다. D램 가격이 분기 말로 갈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낸드플래시도 강보합세를 나타냈다.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며 서버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폭발적인 수요 성장세도 지속됐다. 삼성전자가 SSD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이폰7 등 신규 모델이 출시돼 모바일용 메모리 수요도 확대됐다. 전작보다 용량이 커진 아이폰7의 메모리 공급을 상당부분 삼성전자가 맡았다. 1~2분기 시황 약세 속에도 3D V낸드 등 경쟁업체와의 미세공정기술 격차로 인해 차별화된 실적을 달성했었다. 3분기 역시 경쟁사들이 3세대 3D낸드 양산 초기 단계에 진입한 것에 비해 삼성전자는 벌써 4세대 진입 시점에 근접했다. 디스플레이 역시 시황 회복세가 이어졌다. LCD 패널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고, 삼성전자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소형 OLED의 스마트폰 채택도 늘어났다.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이 7월부터 9월말까지 25%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바일 사업은 갤럭시노트7 리콜 및 판매 중단에 따른 1조원 가량의 손실이 추정된다. 손실을 모두 반영할 경우 전체 영업이익은 7조원대 초반으로 예상됐으나, 반도체 등 부품 사업 실적이 높아 이를 상당 부분 만회했을 것으로 보인다. 리콜 손실을 4분기와 나눌 가능성도 있지만 이슈를 털어내는 측면에서 3분기에 모두 반영했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분기말 제품 출하가 재개된 이후 유통시장의 판매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홍채인식, 강력해진 S펜 등 혁신 기능으로 무장한 갤럭시노트7은 지난 8월 경쟁작들보다 한 달 가량 일찍 출격하며 선점 효과가 예상됐다. 상반기 IM부문의 부활을 이끌었던 갤럭시S7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출시 보름여만에 배터리 결함을 이유로 전세계 10여개국에서 판매·유통된 250만대의 전면 리콜이 결정됐다. 리콜 방침을 알린 지난 2일 중국을 제외한 갤럭시노트7의 판매는 전면 중단됐다. 국내에선 지난달 19일부터 제품 교환을 시작해 9월말 현재 80%의 리콜을 완료했다. 이달 1일부터 재개된 일반 판매에서는 3일까지 연휴 동안 4만5000여대가 팔려나갔다.
지난 2분기에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소비자가전 사업은 3분기 계절적 비수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3분기에는 TV세트의 재료인 LCD 패널 가격 상승에 따른 재료비와 마케팅 비용 부담도 증가한 터다. 하지만 브라질 올림픽과 유로컵 등 스포츠 특수와 30도를 웃도는 유례없는 무더위 영향으로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면서 예상 밖의 선전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영업이익은 지난 분기보다 소폭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프리미엄 제품군 위주로 견조한 수익성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으로 이전한 공장에서 가전제품의 생산이 시작되며 원가경쟁력이 개선됐다.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수요도 호전됐다. 삼성전자의 LCD TV 판매량은 3분기에 10% 가량 성장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