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대통령 말씀자료, 창작품"

'말씀자료 작성' 윤 전 행정관, 대통령 지시·삼성 연락 부인

입력 : 2017-07-04 오후 5:34:45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 독대 관련 말씀자료를 만든 전 청와대 행정관이 '말씀자료'는 청와대 행정관 창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윤인대 전 행정관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 면담 전 삼성그룹과 LG그룹 말씀자료 작성 업무를 맡았던 윤 전 행정관은 이날 말씀자료 내에 '삼성 후계 승계 관련 제시', '삼성 지배구조 개편(삼성 합병) 배경', '삼성그룹의 복잡한 지분구조(순환출자) 단순화' 등 내용을 넣은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검찰이 작성 경위를 묻자 박 전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를 받지 않았고 삼성에 따로 연락해 넣은 내용도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 전 행정관은 "자료는 제가 언론 보도를 보고 쓴 것이다. 이미 당시 언론을 보면 삼성 승계 문제가 다 끝났다는 식으로 보도했고 저희도 부담이 없었다"며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제가 생각했다. 독대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가장 힘들었던 일이니 '당신 참 힘든 거 안다. 잘 되길 바란다'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말씀자료 안에 '삼성 후계구도는 사실상 내부 정리가 완료된 상태라는 게 내부 전언'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내부 전언'이라는 것은 삼성 관계자에게 들은 게 아닌가"라고 묻자 "언론 기사에서 '삼성 관계자'라고 나와 그걸 보고 쓴 것 같다. 제가 들은 것처럼 느낀다면 잘못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씀자료는 '행정관 창작품'이다. 대통령이 뭐가 관심 있는지 알아서 찾아보고 넣는 것이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행정관은 검찰이 LG의 경우 인터넷 검색이 아니라 다른 행정관에게 부탁해가며 말씀자료를 정리하면서 왜 삼성은 연락도 안 하고 인터넷 내용을 보고 정리한 것인지 묻자 "삼성은 따로 건의사항이 없었기에 보고서를 임의 작성했고 LG는 건의사항이 있어서 얘기를 듣고 작성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지난 특검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 지시 이행 의지가 강했고 대통령이 시키는 것은 우직하게 하는 성격이었다고 증언한 게 맞느냐"고 묻자 "표현이 안 좋지만 맞다"고 인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 29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