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무역수지 '적신호'

해외 생산기지 확대·사드 여파·미 보호무역주의 '삼중고'…글로벌 시장 주도권과는 괴리

입력 : 2017-10-12 오후 4:01:5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수출 효자인 가전산업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주도권에도 기업들의 해외 생산 확대, 경쟁국들의 저가공세 등으로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며 무역수지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드 여파로 대중 수출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통상 압박도 수위를 높이면서 난제에 직면했다.
 
12일 관세청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수출입 자료를 보면 TV와 에어컨, 냉장고 등 주요 생활가전 제품의 올해 1~8월 수출액은 24억2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감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반면 수입액은 지난해 52.2%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46.4%나 늘었다. 이로 인해 가전산업의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30.6%, 올해 들어서는 51.7% 급감했다.
 
특히 TV 부문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LCD TV 수출액은 2015년을 기점으로 내림세를 보인 이후 올해는 2800만달러 적자를 내며 첫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 직원이 창원2공장에서 제조된 드럼세탁기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가전 수출이 타격을 받는 것은 중국 등 경쟁국들의 저가 물량 공세와 함께 이를 피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저임금 활용이 가능한 역내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긴 까닭이 크다. 때문에 삼성과 LG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전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것과 반대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경쟁력이 약화됐다.
 
게다가 사드 보복으로 중국 수출길이 타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세탁기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대상으로 예고하면서 대미 수출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은 세탁기 1위 수출국으로 미국 내 대형세탁기 시장점유율은 삼성과 LG가 각각 16%, 13%다. 양사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정도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양사가 태국, 베트남 등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 관세는 현재 1%대에서 최대 40%까지 높아질 수 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산업연구원은 2017년 12대 주력산업 수출 전망에서 가전제품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생산 확대와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 등으로 8.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저가 제품보다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우위를 잡는 한편 해외시장 다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고용 경직성을 피해 기업 친화적이고 저임금 활용이 가능한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이를 타개하고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현지화 전략에 맞춘 프리미엄 제품의 창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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