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감)문재인정부 첫 국감 종료, 이번에도 반복된 '정쟁·고성'

한국당 국감 보이콧 등에 정책국감 실종…'상시국감' 등 개선안 대두

입력 : 2017-10-31 오후 4:36:01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정부 들어 첫 국회 국정감사가 31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여야 모두 ‘민생·정책국감’을 공언했던 것과 달리 정쟁과 흠짐내기식 공방이 주를 이뤘다. 이에 따라 상당수 의원들이 발굴해낸 정책질의는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2일 시작된 올해 국감 중 가장 화제가 된 일은 자유한국당의 ‘국감 거부’(보이콧)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경환 상지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선임키로 의결하자 이에 반발한 한국당이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보이콧 나흘 만인 30일 오전 한국당은 국감에 복귀했지만 각 상임위 책상 노트북에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 피켓을 걸고 장례식장에서나 볼 수 있는 검은색 정장·넥타이 차림으로 질의를 이어갔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MBC 문제와 관계없는 타 상임위의 국감 진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감 초반에는 법제사법위원회의 파행 운영이 빈번했다. 지난 13일 헌법재판소 대상 법사위 국감은 야당이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17일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4개 기관 대상 국감에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이헌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게 세월호 관련 질문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을 막자 박 의원은 “위원장으로 인정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위원장이 “인정하지 못하면 법사위에 출석하지 말라. 완장질하지 말라”고 맞서고 중재에 나선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이 “왜 소리를 지르느냐. 창피해서 국감을 못하겠다”고 외치는 등의 혼란이 이어지자 30분 간 감사가 중지되기도 했다.
 
같은 날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서울시·서울시교육청이 만든 '사회적 경제' 교과서를 놓고 고성이 오갔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해당 교과서가 박원순 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의 경제 이념을 주입하려는 시도라고 언급하며 “정신이 나갔어”라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며 한동안 고성이 오갔다.
 
이같은 정쟁 속에 정부정책의 허점이나 전 정부에서 벌어진 위법사항, 민간기업 채용비리 문제 등을 날카롭게 지적한 의원들의 질의는 대부분 묻히고 말았다. 한 여당의원 보좌관은 “매년 지적되던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면서 애써 준비한 정책관련 내용은 주목받지 못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답변시간을 빼고 질의시간만 회의장 내 시계에 표시하거나 ‘상시국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등의 개선방안도 의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중이다.
 
한편 11월에는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이른바 ‘겸임 상임위’의 국감이 예정되어 있다. 정보위는 내달 1일 국군기무사령부와 경찰청, 2일 국가정보원, 3일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방정보본부를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한다. 여가위는 6일 여성가족부 등 6개 기관 국감과 7일 현장시찰을 실시하며 운영위는 6일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경호처, 7일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다. 이 중 정보위와 운영위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 ‘전 정부 적폐청산’과 ‘현 정부 정치보복’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오후 국회 본청 6층 회의실 앞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기관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앉아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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