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즐긴 화학업계, 체질개선 본격 시동

기초소재 사업 비중 줄이고 각 사별 신규 먹거리 발굴 집중

입력 : 2017-12-04 오전 8:58:02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견조한 실적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화학 3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가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업황 호조에 실적 잔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장기적 경쟁력 제고 차원의 사업구조 다변화 필요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화학 3사에 따르면 전통적 화학사업인 기초소재에 편중됐던 화학업계 사업구조가 본격적인 개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 사별로 낙점한 신규 먹거리는 다르지만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난해 화학3사는 사상 첫 영업이익 5조원 돌파(5조3189억원)를 달성했다. 경기 회복에 따른 제품 수요 증가와 저유가에 기인한 원재료가 하락의 수혜를 한껏 누렸다. 올해 역시 3분기 중반까지 이어진 저유가 흐름과 여름철 미국 허리케인에 의한 수급 불안정 영향에 탄탄한 실적을 유지 중이다. 3분기 3사의 누적 실적은 매출액 38조952억, 영업이익 5조157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0.4%, 영업이익은 29.5% 증가하며 2년 연속 사상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해졌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도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화학사들의 고민은 깊다. 경기에 실적이 좌우되는 업종 특성상 업황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실적 안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기초소재 부문 의존도가 높은 점도 개편의 필요성을 높인다. 현재 3사는 전체 영업이익 기준 기초소재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70%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은 차세대 고부가가치 합성고무 시장을 노린다. 이탈리아 종합 석유화학사 베르살리스와의 합작으로 연매출 5000억원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달 여수공장 인근에 복합고무공장 준공을 마쳤다. 내년 상반기 정상 가동을 통해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와 이중합성고무 등을 연간 20만톤 규모로 생산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이탈리아 종합화학사 베르살리스와 손잡고 합성고무 시장을 노린다. 지난 23일 준공식을 마친 여수 공장 인근 복합고무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은 친환경 가소제와 수첨석유수지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8년간의 연구 끝에 친환경 가소제 '에코데치' 개발을 완료했다.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지만 유해성 논란이 있는 프탈레이저가 전혀 첨가되지 않는 국내 유일 제품이다. 지난 6월 본격적인 생산에도 돌입했다. 지난해 기준 1조5000억원 수준의 시장 규모에, 향후 연간 6%의 성장이 전망되는 친환경 가소제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예상 생산 규모는 연간 1만5000톤이다. 
 
또 산업용 접착제 원료인 수첨석유수지 공장도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에 건설 중이다. 총 1300억원이 투입된 수첨석유수지 공장에서 오는 2019년부터 연 5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세계 수첨석유수지 시장 규모는 약 40만톤 수준이다. 
 
3사 가운데 기초소재부터 전지,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 가장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LG화학은 결실을 맺기 시작한 배터리 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1분기 생산을 목표로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이 진행 중이다. 현지 생산기지를 통해 전기차 본고장인 유럽을 겨냥한다. 이미 대형 유럽 고객으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끝낸 상태며, 원활한 공급을 위해 라인을 증설 중이다.
 
또 지난달 8일에는 황산니켈 생산업체 켐코의 지분 10%를 확보, 최근 가파르게 상승 중인 원재료 가격 대응에도 나섰다.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내년 중순부터 황산니켈을 우선 공급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사들이 사업구조를 개편하려는 것과 같은 이유로 정유사들이 화학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는 점과, 최근 정부가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화학업계 체질 개선을 요구한 점들도 화학사들이 사업 개편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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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