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9회말 투아웃, 롯데

입력 : 2018-04-08 오후 12:06:54
야구도 안 풀린다. 올시즌 프로야구, 8일 현재 롯데는 시즌 2승8패로 꼴찌다. 머리 위엔 삼성이 있다. 공교롭게 모기업이 오너 리스크를 겪는 두 팀이다. 원년부터 팀명, 연고지, 모기업을 바꾸지 않은 두 팀들이기도 하다. 인연이 깊어선지 일심동체, 동병상련이 벌어지고 있다. 롯데는 봄 성적이 좋아 ‘봄데’라는 별칭도 있다. 지금 성적은 날씨 탓으로 돌려야 할 판이다.
 
모기업도 지금 형편은 한겨울이다. 경영권 다툼과 경영비리로 때늦은 국적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적 비호감이 뿌리 논란까지 번졌다.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되며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신 회장이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구속되고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급반전 됐다.
 
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로 이어지는 연결구조가 국내 건설, 화학 등 계열사로 뻗어 있다. 지배구조 꼭대기에 일본법인이 있으니 생긴 국적논란이다. 국내 계열사를 인수해 내수 중심으로 커온 롯데가 일본에 조공을 바치는 모양새다 보니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에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회사들로부터 간섭을 지우려 했다.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로 일본 계열사 지분율을 낮추겠다고 공언해왔다.
 
신 회장이 구속되며 상황은 어려워졌다. 호텔롯데 주력인 면세점 사업 실적이 부진해 상장 여건도 열악하다. 중간에 복병을 만날 수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국내 계열사 보유 지분을 현금으로 바꾸고 있다. 롯데 지주회사체제 전환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다. 매각 대금이 조 단위에 육박할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외 자산을 긁어모아 일본롯데홀딩스나 호텔롯데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상장하면 적대적 지분 인수도 쉬워진다. 롯데가 상장을 주저할 만한 변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부분은 직권남용, 강요죄가 인정됐다. 기업들이 강압에 못이겨 돈을 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가 따로 낸 돈도 뇌물인지 강요인지 달리 볼 여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 회장 재판 결과가 달랐듯이 재판부는 저마다 판단을 달리하고 있다. 롯데와 비즈니스를 했던 한 기업은 과거 신 회장이 해외 출장 간 사이 사업이 지연됐던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후진적인 의사결정 구조다. 재판은 재판, 지배구조 개선은 시급히 이뤄져야 할 별개 과제로 여겨진다.
 
국적논란도 마찬가지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경남 울산군 삼동면 둔기리 문수산에서 태어났다. 영산 신씨 문중이다. 19세 때 공부해 성공하겠다며 일본으로 건너갔다. 모친은 아들 앞날을 기원하며 문수사를 찾아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국적논란을 끝내는 게 금의환향하는 길이다.
 
야구는 기사회생했다. 롯데는 7일 경기에서 이겨 앞서 7연패 후 다시 3연패가 이어질 뻔한 악몽에서 탈출했다. 지난해 어깨 재활로 1년을 통째로 쉬었던 윤성빈이 팀에 첫 선봉승을 안겼다. 손목 부상인 한동희를 대신해 출전한 김동한은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롯데에 기분 좋은 반전이다. 순위에도 봄이 올 수 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니까.
 
이재영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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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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