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저출산 패러다임 전환', 촘촘한 보완책을 기대한다

입력 : 2018-07-06 오전 6:00:00
서울 근교에 열 두 가구가 살 수 있는 '꿈미래실험 공동주택'이 문을 열었다. 정부가 출산 장려 정책의 하나로 마련한 이곳의 입주 조건은 '아이 셋'을 낳을 계획이 있는 부부다. 입주자가 다방면의 노력 끝에도 거주 10년 이내에 자녀의 수를 달성하지 못하면 퇴거해야 하는, 목적이 분명한 공동주택이다. 이곳에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네 가족이 먼저 입주한다. 그들은 집만 덩그러니 지어진 그곳에서 공동육아를 시작하지만 돌봄 노동을 하면서 지쳐만 간다. 한 가정 안에서 지고 있는 육아의 부담이 공동체로 확장된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구병모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 속 '꿈미래실험 공동주택'에 입주한 사연은 가구마다 별반 다르지 않다. 평균 30년 이상 된 빌라와 원룸만 전전하며 누적된 피로를 풀고, 평당 최하 수준미만의 전세가로 정부가 지어 준 집에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장 살 집이 중요하기 때문에 십년 동안 아이 셋을 갖지 못할 경우 퇴거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그래도 그 전까지 최저 전세가로 누린 이익이 훨씬 크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자조한다. "집이란 거기서 무언가를 이룩하기 전까지는 그저 물리적인 공간일 뿐, 보금자리 같은 낯간지러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이 소설은 '꿈미래실험 공동주택' 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출산장려 정책'의 비인간성을 꼬집는다. 출생아 수 늘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아이 3명'이라는 숫자만 중요하게 여겨 정작 그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모습을 말이다. 그래서 이번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 방안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번 대책은 기존 출산율 높이기가 목표인 국가 주도 정책에서 탈피해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삶의 질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향 전환에 공감해서다. 실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5일 발표한 '저출산 대책'에는 출산율 목표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2040세대 삶의 질을 끌어올려 합리적인 선택의 하나로 결혼·출산을 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하기에 아쉬움이 크다. 전 정부가 내놨던 정책의 대상자를 확대하거나 지원 금액을 인상하는 미세 조정에 그친게 수두룩하다. 또 발표된 정책 대부분이 출산과 영유아기 자녀 육아 지원에 집중됐다. 여성들의 경력 단절, 출산 포기를 부르는 초등학생 돌봄 절벽 문제 등 각계각층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는 저출산의 원인중 하나로 신혼부부의 주거불안을 꼽고 이날 신혼부부 주거대책도 함께 내놨다. 장기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저렴한 공적임대주택을 5년간 8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총 10만호로 조성될 신혼희망타운에는 법정 기준보다 2배 많은 어린이집 설치, 통학길 특화. 층간소음 저감 등 신혼부부 특성을 반영하기로 했다. 덩그러니 주택만 지어놓기 보다는 육아문제까지 함께 해결하려 하는 고민의 흔적이 보여 다행스럽다. 다만 숫자에 집착해 물리적인 공간 확보에 급급하기 보다는 내실까지 다지는 진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촘촘한 보완대책을 계속 내주길 바란다. 
 
김하늬 경제부 기자(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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