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제 폐지 논쟁…"전자서명 등급제 필요" vs "경쟁 활성화"

카카오·이통사 인증 시장 진출…"유럽같은 인증서 다원화 도입 필요"

입력 : 2018-07-23 오후 3:56:29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의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 추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입법예고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공인·사설인증서간 구분 폐지 및 동등한 법적효력 부여 ▲민간 평가·인정기관의 전자서명인증업무 평가제 도입 ▲기존 공인인증서 계속 사용 가능 등이 골자다. 현재 법제처가 심의 중이다.
 
주요 공인인증기관들은 공인과 사설 인증서가 경쟁을 펼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공공 전자문서 및 각종 민감한 전자문서와 일반 전자문서를 구분하는 등급 다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공인인증기관 관계자는 23일 "기존 공인인증서와 사설인증서가 경쟁하는 대원칙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공인·사설인증서의 법적 효력을 같게 하면 당장 공공기관부터 문서의 진본성과 본인 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전자서명에도 안전성과 품질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모두 같은 법적효력을 부여하면 소비자들에게도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공공기관에서 전자등기문서를 발급받는 경우와 민간의 일반 서비스를 본인이 이용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전자서명에 필요한 인증서는 구분돼야 한다는 의미다.
 
네이버·카카오와 이동통신사 등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들이 인증서비스까지 병행할 경우 인증기관의 독립성이 훼손돼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른 공인인증기관 관계자는 "서비스 거래 분쟁이 일어나면 플랫폼 사업자들이 인증 서비스까지 하므로 모든 증거와 자료를 보유하게 돼 소비자는 증거확보에서 불리한 상황"이라며 "거래와 독립적인 제3의 인증기관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운영기준을 만들어 민간에서 이에 따라 인증기관들을 평가할 것이므로 인증서의 품질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며 "기존 공인인증기관들과 사설인증기관들이 경쟁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인증서의 신뢰성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인인증기관은 기존 한국전자인증·한국정보인증·코스콤·금융결제원·한국무역정보통신 등 5곳에 지난달 이니텍이 추가로 지정받으며 6곳으로 늘었다. 사설 인증서비스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주요 은행 및 보험사에 인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도 통합 본인인증 브랜드 'PASS'를 8월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통 3사는 기존에는 SK텔레콤의 'T인증', KT의 'KT인증', LG유플러스의 'U+인증' 등 인증 서비스를 각각 운영했다. 각 앱들이 PASS 앱으로 업그레이드되는 형식이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브랜드만 통합되고 각 사들은 자사 가입자들에 대한 인증서비스의 유지보수는 기존처럼 각자 담당한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 교수는 "유럽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갖춘 고급전자서명과 일반 전자서명 등으로 다원화하고 있다"며 "한국도 인증서 체계를 등급과 사용처에 따라 다원화하며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오는 8월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전자서명 제도 개편을 알리기 위한 '신기술 전자서명인증 기술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미나에서 한국전자인증과 이니텍, 은행연합회, SK텔레콤 등이 자사의 인증 서비스를 소개한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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