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방문한 소상공인 "최저임금 동결·지원책 마련해달라"

문재인 대통령 "최저임금 타격 미안하다" 사과…대화시간 너무 짧아 일회성 우려도

입력 : 2019-02-14 오후 5:35:14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경영 악화를 토로하며 최저임금 속도조절과 지원책 마련 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 최초로 청와대에 초청을 받는 등 과거 정권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소상공인과 대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행사 시간이 너무 짧아 발언권을 얻을 수 없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와 달리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개최된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는 소상공인연합회, 시장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미용사회중앙회 등 자영업·소상공인 협·단체에서 17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임대료, 인건비 등 비용문제 △자영업자 재기와 상생 △자영업 혁신 △규제개혁 등을 주제로 질의응답을 나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크다며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해달라는 건의가 있었다"며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제로페이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들 유입 방안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건의를 하기도 했다'며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을 조속히 시행하고, 일자리안정자금 4대보험 완화 특별법 제정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속도조절과 관련해선 최대한 소상공인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소상공인은 정부가 지난해 5번의 자영업 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카드수수료 인하 외에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하현수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최저임금 속도조절과 관련해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고, 인상분을 메울 수 있는 임대료 보완책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시사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도 대화 채널을 확대해달라고 건의가 있었는데, 대통령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며 "기존에는 실무진이나 부처장에게 전달하면 위로 전달되지 않고 단절됐는데, 대통령이 대화를 확대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헤드 테이블에서 함께 앉아 식사를 하면서 소상공인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당연한 것이다. 오늘 자리를 만들어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고 싶었다. 최저임금을 올리기 전에 먼저 입법 등 소상공인 환경 개선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직접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정부가 최저임금 등 노동현안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소상공인과 소통의 한계가 있었다. 대통령이 소상공인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최초로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공정할 룰에서 잘 사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소상공인도 정부와 함께 한발 더 나아가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전 시나리오 없이 격의 없는 대화로 진행되는 행사여서 발언권을 얻기 위해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170여명이 참석했지만 시간 관계상 10명 정도로만 한정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모 협·단체 회장은 "경영 애로와 건의사항을 청취하겠다고 불러놓고 시간이 부족해 발언을 할 수가 없었다"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길 빈다. 대통령이 직접 소상공인과 대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주무부처장과 실무진과 실질적인 대화 채널을 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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