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정 칼날에 업체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유해성 연구 확증 없지만…증거인멸 혐의로 궁지에

입력 : 2019-03-10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촉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들은 최근 옥시레킷벤키저(옥시)로부터 천식 질환에 대한 보상확대를 요구하고, 기소가 중지됐던 SK케미칼 등에는 재수사를 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구속과 소환 등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긴장하고 있다.
 
천식 질환을 앓고 있는 피해자들이 '옥시'에 손해 배상 소송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응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은 최근 검찰이 착수한 재수사를 계기로 처벌과 보상을 요구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그동안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규제 제조 및 판매업체들은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정부 실험결과에 따라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쌓이고 있는데다, 기업들이 사전에 유해성을 인지했다고 추정되는 근거를 검찰이 확보하면서 상황의 흐름이 바뀌었다.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유해성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고, 최근 애경산업의 법률 대리를 맡은 김앤장이 애경산업의 사라진 자료를 보관 중이라는 정황 확보 후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가습기넷 관계자는 10일 "검찰은 가해기업들의 증거 인멸이나 조작, 김앤장의 관여 여부도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라며 "문제는 변호사가 어디까지 조력을 해줘야 하느냐다. 클라이언트에게 불리한 자료를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인데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냐 아니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네트워크(가습기넷)와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둘러싼 옥시, SK케미칼, 애경산업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이전에 인정되지 않았던 책임이 확대 적용돼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옥시의 경우 지금까지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제품을 사용해 피해를 얻은 폐질환 관련 피해자들에만 개별적인 배상과 합의를 진행했다. 정부가 지난 2017년 9월25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천식을 건강피해 유형으로 인정해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천식 등의 피해를 인정받은 원고 6명은 2억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고통과 피해에 대한 적합한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체들은 이 같은 사정 칼날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유해성이 밝혀지고 여러 질병의 연관성이 인정되면서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지난달까지 정부에 신고·접수된 피해자는 6298명에 달한다. 가습기넷은 앞으로 더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생활용품 업계에도 성분에 대한 이슈가 강조되고 있어 안정성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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