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올라오는 기사엔 어김없이 상반된 댓글이 달렸다. '참사의 그날'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도 있지만 ‘좌빨(좌파, 빨갱이)’ 등 유족들을 직접 모욕하는 댓글과 '이제 좀 그만하라'는 의견이 뒤섞여 있다.
세월호 사고는 탑승객 476명 중 304명이 사망·실종한 ‘참사’다.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선실에서 질서정연하게 있던 승객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나오지 못했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은 살아남아 재판을 받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사고 당시 해경 구명보트와 헬기도, 이후 수색 작업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현장 증언이 나왔다. 불법 증축과 화물 과적, 평형수 부족 등 여객선에 결코 허용돼선 안 되는 것들이 돈과 편의상 허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에 버금가는 ‘대규모 인재’로 확인되면서 재발 방지는 전 국가적 과제가 됐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역행했다. 진상규명 과정에서 블랙박스·CCTV 영상이 사고 직전 시점부터 삭제되는 등 조작의 흔적이 발견되고, 유족에 대한 경찰과 국정원·기무사의 사찰 정황이 나왔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경련을 압박해 지원한 자금을 받은 보수단체는 단식투쟁을 하는 유족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폭식하는 ‘잔인한 진풍경’이 벌어졌다.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국민적 약속인 ‘노란 리본’은 정치적 상징으로 전락했다. 좌·우 대립이 유난히 극심했던 지난 몇 년간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은 사회적으로 한 번 더 참사를 당한 셈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누구에게나 아무 이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회복불능의 피해를 입은’ 희생자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의 불행이, 진상 조사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인재’라는 점이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진상을 밝히는 데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이유다. 5년 전 온 시민이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 본 바다 위 기울어진 배에 덧씌워진 빨갛고 파란 색안경을 이제는 거둬낼 때다.
최서윤 사회부 기자(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