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악재로 줄기세포도 갈림길에

바이오 기술 의구심 퍼져…"산업 정비 계기 삼아야, 규제 후퇴 안돼"

입력 : 2019-04-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차세대 첨단재생의료의 핵심 중 하나로 조명 받던 줄기세포치료제가 갈림길에 섰다. 선도적 입지의 국산 기술력 만개를 위한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지던 차에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가 세포 변경 파문을 일으켜 바이오 기술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번졌다. 규제완화, 산업육성 방안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현존 치료제가 없는 질환 환자들은 애가 탄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희망고문'만 반복해온 줄기세포치료제 역시 제대로된 진단을 거쳐 산업 육성·안전관리 체계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다양한 세포로 분화 및 자가 재생산이 가능한 줄기세포를 활용한 줄기세포치료제는 미래 성장동력인 제약·바이오산업 가운데서도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로 꼽힌다. 환자의 몸 안에 존재하는 세포를 활용해 거부 반응이 적고, 대부분의 치료제들이 현재까지 완전히 정복되지 않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은 줄기세포치료제의 잠재력을 높이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28억달러(약 71조4100억원) 규모를 보였던 글로벌 줄기세포시장은 오는 2025년 3944억달러(약 448조47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아직 시장이 만개하지 않아 시장 주도권을 쥔 국가나 기업이 마땅히 없다. 그동안 글로벌 신약 무대에서 추격자의 입장이던 국내 기업들로서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메리트가 있다. 이에 적극적으로 개발에 뛰어든 국내 개발사들은 글로벌시장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점하게 됐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8개의 줄기세포치료제 가운데 절반이 국산일 정도로 한 발 앞선 모습이다.
 
이 같은 선도적 입지에도 불구하고 국내 줄기세포치료제는 어느 시점부터 정체돼 왔다. 이에 업계가 다시 성장 궤도에 복귀하기 위해 규제 완화 목소릴 높이던 참이다. 정부 역시 전향적 입장으로 돌아서던 참에 인보사 세포 변경 사태가 신중론을 부추긴다. 여기에 최근 주요 품목 허가 반려와 관련 기업의 주가 조작 사태 등 시장 신뢰도에 악재로 작용할 요소들도 겹쳤다.
 
업계가 아직 영글지 않은 시장과 깐깐한 규제를 정체된 구실로 삼았지만 관련 기업들이 변변찮은 결과물도 보여주지 못한 점 역시 사실이다. 업계는 규제완화 팔부능선을 넘었던 첨생법 통과가 보류돼 풀죽은 분위기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대로된 산업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도 낸다. 업계는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를 늦추지 않는 동시에 안전과 관리 시스템도 보강하면서 사회적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데 동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는 악재이지만 산업을 위축시키는 규제 강화가 아니라 제대로 성장통을 겪는 진지한 반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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