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유아 영양’ 눈 돌린 박원순 “WFP 100만불 지원”

대북 인도적 지원 국내 민간단체 추가지원 계획도 밝혀

입력 : 2019-06-01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북한 영유아 영양 문제에 도움을 주고자 유엔세계식량계획에 100만달러(12억원 상당)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대북 인도적 지원에 헌신해 온 국내 민간단체에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1일 자정부터 팟캐스트와 유투브에서 방송되는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식량위기에 처한 북한의 5세 이하 영유야 영양개선에 대해 발언했다. 박 시장은 “북한 인구의 40%인 1000만이 넘는 인구가 지금 식량 때문에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고 긴급구조를 안하면 안 된다. 특히 영유아나 임산부들의 영양이 굉장히 어려운 단계에 있다. 서울시가 10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2억원 정도를 WFP에 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그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에 헌신해 온 국내 민간단체의 요청도 적극적으로 수렴해 추가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혀 WFP 지원에 더해 국내 민간단체까지 대북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고고 피력했다. 
 
이번 지원은 지난달 14일 서울시청을 방문한 데이비드 비슬리(David M. Beasley) WFP 사무총장의 공식요청을 서울시가 내부 검토를 거쳐 결정된 방침이다. 당시 비슬리 사무총장은 박 시장에게 북한의 심각한 식량 위기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영유아 등 취약계층 지원에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WFP는 최근 발표한 북한식량안정성조사 보고서에서 2018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전년대비 12% 감소한 490만톤에 그쳐 최근 10년 내 가장 낮은 생산량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WFP는 북한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1010만명에 대한 긴급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오랜 가뭄과 폭염, 홍수, 적설량 감소 등으로 2019년 식량수요량에서 159만톤이나 부족한 실정으로, 올 1~5월 평균강수량은 관측 이래 최저인 54.4mm로 식량위기가 지속될 우려가 크다. 영유아, 임산·수유부, 결핵환자 등은 영양 결핍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돼 긴급 식량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WFP를 통해 100만달러 규모의 영양강화식품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의 영유아들이 성장기 필수영양소를 적극 공급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북한의 5세 이하 영유아 약 200만명 중 10%인 20만명이 한 달간 섭취할 수 있는 정도다.
 
WFP의 슈퍼시리얼은 옥수수, 콩, 탈지분유, 설탕, 오일, 비타민·미네랄 등 미량 영양소를 섞어 만든 가루로 죽이나 전으로 가공해 섭취 가능하다. 원재료는 국제입찰로 해외조달하며, 가공은 북한 내 11개의 WFP 공장에서 제조한다.
 
지원은 서울시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통해 이뤄진다.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심의를 거쳐 WFP에 지원하면, WFP는 영양강화식품 원료구매, 생산, 수송, 적정분배 등 현지수행의 전 과정을 책임지고 실행 및 모니터링 한다. 서울시는 이달 중엔 지원금이 WFP 측에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명박 전 시장 시절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에 따른 직원 성금 3억7000만원을 시작으로 2005년 남북교류협력기금 설치 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왔다. 다만,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이번이 지자체로는 처음이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식량 등 인도적 지원총액은 17억4900만원,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지원총액은 33억3000만원이다. 현재 서울시 남북교류협력기금은 350억원 상당이다.
 
박원순 시장은 “북한에 여러 가지 농사를 잘 할 수 있는 인프라 등이 굉장히 부족하다고 들었다”며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북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농업, 산림 등 인프라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또 “남북관계 발전은 산을 하나 넘는 게 아니라 산맥을 넘어가는 것”이라며 어려운 과정임을 강조하고,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은 향후 반세기의 번영을 보장하는 프로젝트이고 올림픽을 잘 준비하면 통일의 절반은 된다”고 얘기했다. 아울러 “불안정한 한반도의 안보환경 문제로 서울시가 저평가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더욱 평화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WFP와 국제사회는 북한의 식량상황과 재해위험 여건을 감안해 3개년에 걸친 지원계획인 WFP 북한프로그램 2019~2021을 진행해 이념과 국경을 초월해 북한 내 인도적 위기상황 대처를 위한 구호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WFP 북한프로그램 2019~2021은 △영유아·임산·수유부와 결핵환자 영양 안정화·개선과 현지 식량가공업체 역량강화 △취약계층 대상 성인지적 식량·생계 지원 △재해민 생명구호 등에 1억6100만달러 규모의 지원활동을 펼치는 내용이다. 캐나다,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러시아, 리히텐슈타인 등에서 이미 2500만달러를 공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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