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약품, 기대주서 우량주로)①금융권에 장례업·삼성까지 넘본다…쑥쑥 크는 '펫케어' 시장

국내 동물의약품 연간 1조원대 성장…반려동물 연관 산업도 '무한 번식'

입력 : 2019-07-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동물의약품 관련 산업 포트폴리오가 '무한 번식' 중이다. 축산업 내 동물의약품 주요 소비처는 크게 사료공장과 축산농가로 나뉜다. 본격적인 경제발전이 이뤄지기 이전인 1960년대 미미하게나마 존재했던 국내 시장은 절대적으로 외국산 약품에 의존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고도성장기를 누리던 국가 경제와 더불어 축산업 또한 급속도로 발전했다.
 
동물의약품 산업은 국가 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시중 경기가 좋으면 축산물 소비가 늘어 관련 약품 또한 사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수준이 안정권에 들었다고 평가되는 최근 동물의약품 산업은 단순히 국민들에게 육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질적인 측면까지 발전을 이룬 상황이다. 예를 들어 2010년 이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구충제였지만,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나 사료첨가제 등의 성장이 눈에 띈다.
 
여기에 2000년대 이후 반려동물 인구까지 급증하며 지난 20107745억원 규모였던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수출 포함)은 지난해 11273억원으로 커지며 급격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국내생산 제품과 수입완제품의 비중은 국내생산품이 다소 앞선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4669억원 규모가 국내에서 생산돼 사용됐고, 3407억원 어치 수입완제품도 팔렸다. 나머지 금액(3197억원)은 해외 시장으로 팔려나갔다.
 
업체 수 역시 수요가 급증했던 1960~1970년대 국산 동물의약품을 제조 및 공급 기업들이 다수 설립됐다. 조정기로 꼽히는 1990년와 2000년대 이후 기존 전통 강자로 꼽히던 다국적사들과 함께 현재 국내에만 700개 이상의 업체가 존재한다.
 
국산화도 진척이 있었다.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 설립된 국내사들이 오랜 연구개발 끝에 기존 수입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품목들의 일부 국산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도의 기술력과 특허가 필요한 고부가가치품목들은 수입 제품들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업이 동물의약품 태동기부터 현재까지 중심축 역할을 든든히 해왔다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최근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서며 관련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시장의 경우 단순히 의약품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관련된 각종 의료서비스, 관련 보험 상품 등 헬스케어 전반에 걸친 사업 간 시너지가 나고 있다. 향후 더욱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반려동물을 위한 시장은 의약품을 넘어 각종 영양제와 심적 안정을 위한 테라피, 의료보험, 장례 서비스 등 헬스케어 전반적인 영역으로 분야를 확장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의약품을 비롯한 전반적인 반려동물 연관 시장 규모는 국내만 지난해 26510억원에 이른다.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동물용 의료기기 사업은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미 발을 들였다는 점에서 주목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2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된 '북미수의학회'에서 동물용 혈액검사기를 공개한 뒤 학회가 선정한 '주목해야 하는 5가지 제품'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바이오사업과 함께 의료기기를 향후 주요 신규 사업으로 염두에 둔 삼성전자의 동물용 의료기기 출시는 해당 분야 잠재력에 대한 평가도 크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를 책임지는 장례업체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반려동물의 사체는 양육해온 사람이라도 임의로 소각 또는 매립이 금지돼 있다. 종량제봉투에 담아 쓰레기로 버리거나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해 화장해야 한다. 장묘업체를 활용하는 방법이 압도적으로 선호되는 만큼 반려동물인 증가와 함께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1500개 미만이던 국내 반려동물 장묘 및 보호서비스 업체는 20171500개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금융권은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성에 발 빠르게 대응 중인 대표적인 분야다. 지난해 국내 동물병원에서 결제된 카드대금만 1조원이 넘어서자 카드사들은 반려동물 헬스케어를 비롯한 관련 비용에 특화된 카드를 내놓고 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3종 관련 카드 라인업을 통해 가장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해당 카드를 사용하면 동물병원과 검사소, 약품구매, 장례업체 등에 사용된 금액에 대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카드와 하나카드 등도 관련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한카드의 경우 반려동물의 수술 및 입원치료비를 일부 보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반짝 인기를 끌다 부족한 실효성에 하나둘 모습을 감췄던 관련 보험상품들도 가파른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새로운 보험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람 보험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의료비를 청구하면 일부 보상해주는 식이다. 이미 관련 상품을 보유한 현대해상과 롯데손해보험을 비롯해 삼성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이 지난해 일제히 관련 상품을 쏟아냈다. 보험개발원 역시 지난달 국내 5개 손해보험사들과 손 잡고 동물병원과 보험사 간 보험금 청구를 중개하는 '반려동물원스톱진료청구시스템(POS)'을 내놓은 상태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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