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 노리는 일본 철강업계…"국내 코일센터 구조재편 필요"

국내 업계 "철강시장 전반 공급과잉이지만 인위적 통폐합은 어려워"

입력 : 2020-01-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철강 제조·유통 업계가 생존을 위한 통합·재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거울삼아 국내 철강 유통망인 코일센터들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1990년대부터 이어진 철강시장 불황으로 철강사와 철강상사, 코일센터 등 관련 업체의 구조 개편을 지속 추진 중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뤄진 철강사와 철강상사의 통합·재편으로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JFE홀딩스, 고베제강 등 3대 고로사와 이토추 등 철강전문상사와 미쓰비시 등 종합상사 철강부문 등 4대 철강상사 구도가 형성됐다. 최근엔 일본제철 계열 일철물산 등 제조사 직계상사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거나, 상사들도 강건재 판매사 간 통합까지 이뤄지며 그야말로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일본 철강시장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통합·재편 과정을 거쳐 현재는 일본제철, JFE홀딩스, 고베제강 등 3대 고로사로 재편돼 있다. 자료/포스코경영연구원 '일본 철강상사 통합과 재편의 역사' 보고서 발췌
 
이런 움직임은 유통망인 코일센터들의 통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코일센터는 철강사에서 강판을 구매해 고객이 원하는 길이로 자르고 일부 가공해 수요처에 납품하는 대리점개념으로, 일본의 주요 코일센터는 철강상사가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기도 한다. 최근 철강수요 침체에 따라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저하하고, 자동차 등 주요 수요산업에서 고도화 수요가 발생하면서 신규 가공설비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일본은 각 철강상사의 대표 코일센터 중심으로 집약하며 비용 절감과 서비스 경쟁력 제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내 철강시장 전망도 사정이 다르지 않은 만큼 일본의 변화를 거울삼자는 의견이 나온다. 조항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일본 철강상사 통합과 재편의 역사'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 2% 달성이 불분명하고, 주요 수요산업인 자동차와 건설의 성장 정체가 예상되는 등 코일센터의 경영환경 악화가 예상된다국내 코일센터는 일본과 달리 대기업 상사 그룹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변화에 더 취약하고 실제로 심각한 경영부진에 봉착한 센터들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경쟁력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통폐합 추진과 과잉설비의 자율적인 조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복합가공 등 서비스 향상을 통해 개별 코일센터 차원의 경쟁력 제고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업체가 도태되거나 합병하는 등의 개편은 피할 수 없다실제로 포스코 지정 코일센터였던 신광’(현 SM스틸)은 2016년 SM그룹 계열사에 인수됐다다른 포스코 지정 센터인 대창스틸은 철강사업에 집중하고 신사업을 발굴해 손익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업체가 별도로 해오던 와이어생산 사업은 지난해 말일 기준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철강 유통 구조는 제조사인 철강사와 1차 유통망인 코일센터가 위치하고, 하위 유통업체들이 존재하는 등 일본과 직접 비교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코일센터 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지정 업체, 동국제강과 동부제철 등의 주거래 업체 및 독립업체 등 200여 곳으로 추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업계 전반적인 상황이 공급과잉 구조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코일센터들도 오버(과잉)된 게 사실이라면서도 인위적인 통폐합은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서로 경쟁일 순 있지만 보통 전국 지역 거점별로 안배돼 있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냉연코일을 가공해 냉연강판으로 만드는 제조공정. 사진/대창스틸 홈페이지 갈무리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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