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위공직자, 자녀 '취업·재학'도 공개해야"

입력 : 2020-01-10 오전 6:00:00
지난 2015년 국회의원이 포함된 정치권 인사들이 자식 취업이나 입시 관련하여 관계기관에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커다란 파장이 불거진 적이 있다.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고위공직자 자녀의 취업특혜 문제 근절을 위해 고위공직자 가족 취업현황 등록·공개를 내용으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초안이 담긴 법안제정을 촉구했다. 다행히도 법안에 관심을 보인 정치권에서 취업현황 공개는 사생활침해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등록만 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9대 국회 종료와 더불어 폐기되었다. 그렇게 2015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현대판 음서제 논란은 제도적으로 아무런 개선 없이 그대로 막을 내렸다. 심지어 논란이 된 일부 의원들은 20대에도 여전히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에 가장 논란이 되었던 장면 중 하나를 꼽으라면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수사를 빼놓을 수가 없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지 4달 만에 11개의 죄목으로 기소되었으며 조 전 장관의 배우자와 동생 등은 이미 구속되었고,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부시장 감찰무마 관련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조 전 장관이 기소된 죄명 중 사모펀드관련해서는 상당히 낯선 혐의들이다. 일단 펀드에 투자 된 돈 자체가 무려 수십 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로서는 동떨어진 세상 얘기지만, 표창장 위조니 대리시험이니 하는 입시비리와 관련해서는 사정이 다르다. 혐의 자체가 학부모라면 외면하기 어려운 내용들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야권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에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자녀의 정규직 전환을 대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T 회장 증인 채택을 무산시켜 준 혐의로 이달 17일 판결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나경원 의원의 경우도 자녀 부정입학 혐의로 고발되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조 전 장관이나 두 의원 모두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그들의 혐의에 대해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우리 사회에 자녀 입시 내지 취업 관련한 각종 부정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만은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대다수 학부모의 관행이라고 옹호하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자녀 입시와 취업 때문에 하루하루 마음고생하며 살고 있는 학부모들에 대한 모욕이다. 
 
형벌이론에 일반예방주의라는 것이 있다. 일반인을 '위하' 함으로써 장래의 범죄를 방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적극적으로는 일반인에게 규범의 존재와 작용을 확신시킴으로써 규범의식을 강화하여 법질서를 준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자녀 취업을 위해 부당한 거래가 오가거나 입시를 위해 표창장을 위조하는 등 부정을 저지르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어 일반예방주의가 작동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2015년에 꺼내들었던 고위공직자 가족 취업현황 등록·공개도 제도화해야 한다. 고위층들의 왜곡된 자녀사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그들의 선의를 신뢰할 수는 없다. 고등학교 이상 자녀들의 재학현황도 추가할 필요가 있다. 고위공직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과하다면, 선출직인 국회의원이나 교육감, 장관급 인사에 한해서 공개하자. 자기 자녀는 특목고를 보내 놓고 특목고 폐지를 외치거나, 유학을 보내 놓고 국내 교육현안에 대해 정책을 내놓는 것은 법적용 대상자인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자녀들의 실명은 비공개로 하되 그들의 재학, 취업현황만 공개해서 유권자가 감시하게 하면 최소한의 방지책은 되지 않을까. 여야는 조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가 터졌을 때 고위공직자 자녀 대입전수조사를 하자는 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지만 이내 시들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IMF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금융실명제 등 여러 업적을 남긴바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공개를 제도화 한 것이다. 당시 재산공개가 되자 대법원장조차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임기도 못 채우고 물러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제 고위공직자의 재산뿐만 아니라  자녀 취업 및 재학 현황도 공개하자. 최소한 선출직은 이를 공개하여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자. 아무런 제도 개선 없이 넘어간 지난 2015년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말자. 함부로 위조하고 청탁하지 못하도록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감시하는 것이 곧 헌법정신이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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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