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내부서 개혁 기반 닦은 추미애…날개 꺾인 윤석열, 다음 행보는?

추미애, 감찰로 기강잡고 공수처 설치·수사권 조정 집중…윤석열, 부장검사 중심 조국 수사 강행할듯

입력 : 2020-01-27 오후 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번 주 직제개편에 이은 다음 주 중간 간부 인사가 큰 반발 없이 이뤄지면서 추미애호 검찰 개혁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두고 갈등 양상도 보이지만, 법무부는 감찰로써 검찰의 기강을 바로잡을 방침이다. 이로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속 조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이후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한 만큼 직제개편과 인사와는 상관없이 윤석열 검찰총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는 이어 나갈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칼잡이로 수사에 집중하는 윤 총장의 스타일이 갈등과 대결구도로 비춰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이 큰 반발 없이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이 추미애발 개혁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가 최강욱 비서관을 업무방해로 기소 처분한 사건을 '날치기 기소'로 규정하고, 적법 절차를 위반 소지에 대해 감찰을 단행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적법 절차의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방해 사건 기소 경위에 대해 감찰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사무보고를 받아 법무부가 파악한 경위를 보면 이성윤 지검장은 최 비서관을 기소하겠다는 보고에 대해 '기소를 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 현재까지의 서면조사만으로는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고, 본인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수사 절차상 문제가 있으므로 소환 조사 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의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송경호 3차장검사와 고형곤 반부패2부장검사는 법무부의 중간 인사 발표 30분 전인 지난 22일 9시30분쯤 이 지검장의 지시를 어기고, 지검장의 결재·승인도 받지 않은 채 최 비서관을 기소했다. 
 
법무부는 "검찰청법 규정에 따라 사건 처분은 지검장의 고유 사무이고, 소속 검사는 지검장의 위임을 받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며, 특히 이 건과 같은 고위공무원에 대한 사건은 반드시 지검장의 결재·승인을 받아 처리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반하면 검찰청법과 위임전결규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전체 검찰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근거해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지만, 법무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 수사 등 절차에 문제가 제기됐던 사건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만큼 이번에도 검찰 기강을 세우는 차원에서 감찰로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해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이 28일 공포·시행된다. 검찰 직제개편 이후 다음 달 3일에는 고검검사급 검사 257명, 일반검사 502명 등 검사 759명에 대한 인사가 이뤄진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현 정권을 상대로 한 수사를 지휘한 차장검사가 모두 교체됐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한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평택지청장으로,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진행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여주지청장으로 전보된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의혹 수사를 지휘한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천안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상갓집에서 상관에 대한 항의로 논란이 된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대전고검으로 좌천되는 등 윤 총장이 유임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한 대검 중간 간부 18명도 다른 청으로 발령된다.
 
다만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서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한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2부장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의혹을 수사한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유임됐다. 법무부는 "현안 사건 수사팀의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 등은 대부분 유임해 기존의 수사와 공판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도록 했다"며 직제개편과 인사로 현 정권 수사를 방해하려고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응했다.
 
이에 따라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는 직제개편, 인사와 별개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선거 개입 수사는 최근 관련자를 연이어 소환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 송철호 울산시장을, 21일과 22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후 23일에는 박기성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을 3차로 불러 조사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앞서 검찰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단행된 다음 날인 지난 9일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압수수색하는 등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17일에는 유 전 부시장 감찰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 인사에서 소위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특수부 간부들이 주요 보직을 가져가 불만이 나왔던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방어를 제대로 못 하고,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이렇다 할 수사 결과도 없는 등 현 지휘부를 내부에서 안 좋게 본 측면이 있다"며 "윤석열 총장은 뭐라 반응할 것이 없고, 인사에 반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 중 울산시장 의혹 사건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번 직제개편에서 직접수사부서가 줄면서 형사·공판부가 확대된 만큼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민생 사건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서 임관 이후 대부분을 형사부 또는 공판부에서 근무한 다수의 검사를 법무부, 대검,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거 발탁했다.
 
검찰 직제개편과 인사를 단행한 추미애 장관은 입법을 통과한 공수처 설치법과 수사권 조정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실행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 관련법의 시행을 위한 후속 조처를 위해 법무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개혁입법실행 추진단(가칭)'을 발족하기로 했다. 
 
이번 추진단 산하에는 검찰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권조정 법령개정 추진팀(가칭)'을, 법무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공수처출범 준비팀(가칭)'을 구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 개혁 법률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위 법령과 관련 법령 제·개정 등 후속 조처를 이어 나가고,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검찰과 경찰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예정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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