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따는 기계 아니다'…기능경기대회 과당 경쟁 전면 개편

사회관계장관회의 기능경기대회 개선 방안 발표
22시 이후 야간교육 금지 등 건강권·학습권 보호

입력 : 2020-06-24 오후 2:02:23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나는 메달 따는 기계가 아니다.’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준비하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기능경기대회 운영이 전면적인 개편에 들어간다. 특히 과도한 경쟁을 조장하는 시도별 종합순위 발표제를 폐지하고 공동 메달제가 도입된다.
 
또 10시 이후 야간교육을 금지하는 등 학생들의 건강권·학습권을 보장하고 숙련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변화하는 산업 현장에 맞춘 드론, 3D프린팅, 사이버보안 등 미래 유망 신산업·디지털 분야가 신설된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기능경기대회 운영개선 방안'을 밝혔다.
 
지난 1966년 처음 시작된 기능경기 대회는 우리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과 뿌리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장이다. 지난해까지 누적인원 35만9000명이 참여하는 등 7만8000명의 입상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는 1967년 마드리드 대회를 시작으로 2017년 아부다비 대회까지 총 29번 출전해 19번의 종합우승을 거둔 바 있다. 전 세계에 ‘기술강국 코리아’라는 이름을 알리는 대회로 통한다.
 
이재갑 장관은 "최근 발생한 기능경기대회 준비학생의 자살 사건과 함께 과잉 경쟁, 직종의 산업현장성 부족, 입상자 취업 저조 등 기능경기대회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8일 경북 신라공고 기능반에 재학 중이던 이준서 군이 훈련 중 기숙사에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학생은 지난해 기능경기대회에서 두 차례 메달을 딴 학교 기대주로 알려졌다. 
  
개선안을 보면 선수 선발 방식이 개편된다. 전국대회 참가자격은 지방대회 1~3위 입상자에서 지방대회 우수상 입상자로 종목당 1∼4명까지 확대한다.
 
특히 전국대회의 경쟁과열 요소로 지적되는 '시도별 종합순위 발표'를 폐지하고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방식의 공동메달제를 도입한다. 예를 들어 1등의 점수가 90점인 경우 2점차(88점) 안에 든 선수에게는 모두 금메달 수여하는 식이다. 
 
과도한 경쟁구도 완화를 위해 과제 출제를 문제은행 방식으로 전환하고 2년 단위로 문제를 사전에 공개한다. 특정과제에 대한 반복 훈련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창의력과 현장적응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상금 위주의 포상 방식도 개선한다. 메달에 따라 금메달은 1200만원에서 1000만원, 은메달은 800만원에서 600만원, 동메달은 기존과 같은 400만원으로 축소했다. 대신 단기 해외 기술연수 프로그램 등의 보상을 늘리도록 했다. 
 
국가대표 선발 평가전은 중장기적으로 전국대회와 통합해 전국대회만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해 나갈 계획이다.
 
연이은 대회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2월말에 열리는 지방대회와 8월말에 열리는 전국대회를 통합한다. 또 대회 개최를 방학기간으로 조정해 학습권 보장을 위한 여건도 조성한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도 마련했다. 
 
기존에 ‘기능반’으로 불리던 정규 ‘전공심화동아리’를 구성해 운영한다. 동아리는 공개모집을 통해 자유롭게 입·탈퇴 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정규수업에 반드시 참여하도록 지도한다.
 
특히 신체적·정신적 건강 보호 및 균형적 성장을 위해 22시 이후 야간교육과 휴일교육, 합숙교육이 금지된다. 정기·수시 상담을 통한 심리 방역도 강화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며,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된 가운데 학교교육과 연계해 학생들이 균형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기능경기대회의 수준과 현장성을 높이기 위해 신산업, 디지털 분야 직종을 신설한다. 드론, 3D프린팅, 사이버보안,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유망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직종을 새로 만든다. 헤어디자인, 조리 등 사양직종은 취업가능성 등을 고려해 개편을 추진한다. 
 
기능대회의 학생부와 일반부로 분리 운영도 실시한다. 직업계고생이 참여하는 학생부의 경우 학교수업과 연계한 대회로 운영한다. 근로자, 전문대 학생 등 성인 참여가 가능한 일반부는 수준 높은 지식과 역량을 측정해 대회 수준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심사위원의 온·오프라인 모니터링과 대회 종료 후 다면평가·선수 만족도 조사 등도 실시한다. 스마트 채점관리시스템을 확산해 대회의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대회 참여 환경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도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숙련기술진흥원 내 ‘기능경기 특별반’을 운영한다. 특별반은 IT 네트워크 시스템 등 29개 직종을 중심으로 연간 2000명을 정원으로 두고 매년 2월부터 8월까지 편성·운영할 예정이다. 
 
우수기업과 일자리 업무협약(MOU)도 체결한다. 기업의 경기참관 확대, 전국대회와 연계한 취업박람회 개최, 해외취업 알선 등 기능경기대회 입상자와 참가자에 대한 적극적인 취업지원도 확대한다. 
 
이 외에도 기술과 기능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제고를 위해 메달수상자와의 토크콘서트, 숙련기술체험관 운영, 드론·로봇과 같이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은 직종에 대한 ‘미니 기능경기대회’ 운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학생의 권익침해 예방을 위해 연 2회마다 실시하는 정기 감독과 수시 관리·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산업인력공단 내 공익신고센터도 설치·운영해 학생 관리도 꼼꼼하게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재갑 장관은 “기능경기대회가 미래 숙련기술유망주들에게 열심히 갈고 닦은 기술을 마음껏 발휘하고 ‘숙련기술 향상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전북지사가 주관한 2020년 제50회 전라북도 기능경기대회가 한창인 지난 9일 전북 전주시 전주공업고등학교에서 자동차차체수리 부분에 참가한 선수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기량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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