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한 제한, 70년 검·경 수직관계 재정립

형사소송법상 '수사준칙·사전협의체' 완충 역할 기대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등 알맹이 빠져" 비판도

입력 : 2020-07-30 오후 3:52:0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30일 밝힌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지난 2월 개정된 검찰청법을 바탕으로 대상을 더 구체화했다. 70년 넘게 수직적 관계였던 검찰과 경찰을 수평적·협력적 관계로 재구성하고, 방대하고 절대적이었던 검찰 권한을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한으로 제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수사준칙 마련으로 중요수사에 있어 사전협의를 의무화 한 것은 향후 검·경간 수사권 조정 실무 추진에 있어 완충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검찰개혁안의 경우 기존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 제1항 제1호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 수사, 공소의 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고 규정돼 있으며, 개정된 조항에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추가됐다.
 
개정된 검찰청법 조항은 △부패 범죄, 경제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이들 범죄와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등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당·정·청은 이날 마약 수출입 범죄를 경제 범죄의 하나로, 사이버 범죄를 대형참사의 하나로 포함하고, 부패 범죄와 공직자 범죄의 주체인 주요 공직자의 신분과 일부 경제 범죄의 기준을 법무부령에 마련해 수사 기준을 재차 제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공직자 범죄는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대상자인 4급 이상 공무원, 부패 범죄는 뇌물 액수 3000만원 이상, 경제 범죄는 사기·배임 등 피해액 5억원 이상으로 수사 대상이 한정된다.
 
다만 국가·사회적으로 중대하거나 국민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이 논의됐지만, 최종적으로는 포함되지 않았다.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국민의 중대한 법익 침해 사건,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 등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예외적으로 6대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도 수사 개시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이 부분이 검찰청법 8조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중립이나 수사의 독립성 침해의 소지가 있어 제외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지난 27일 논평에서 "국가·사회적으로 중대하거나 국민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이란 모호하고 자의적인 기준은 법무부 장관의 의중에 따라 직접 수사 여부가 좌우돼 수사의 중립성 문제가 지금보다 심화될 가능성을 내포한다"며 "나아가 검찰의 시각과 다르지 않은 검사 출신 장관이 임명된다면 검찰의 자의적인 사건 선택과 무제한적 직접 수사가 재현될 수 있어 검찰청법 개정 취지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는 이날 당·정·청 발표에 대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법안으로 처리된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맞지만, 권력기관 간 권한 다툼 수준으로 검찰 개혁이 축소돼서는 안 된다"며 "검찰 개혁의 핵심은 피신조서 증거 능력의 폐지인데, 무엇이 더 중요한 과제인지에 대한 취사선택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도 준비됐다고 한 것처럼 검찰 피신조서 증거 능력은 빠르게 폐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이날 다시 논평을 내고 "무엇보다 검찰의 직접 수사가 실질적으로 축소되기 위해서는 직접 수사를 해 온 부서와 인력에 대한 개편이 수반돼야 하는데, 오늘 당·정·청 발표에는 검찰 조직과 인력 개편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특히 특수부(반부패수사부), 공안부(공공수사부)는 명칭만 바꿀 것이 아니라 해당 인력을 대폭 축소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실질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 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 능력을 폐지하는 데에 있다"며 "이미 관련법이 통과된 지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대법원도 즉시 시행해도 문제없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힌 마당에 2022년 1월에서야 증거 능력 제한을 시행하겠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발표에 대해 "검찰은 대통령령안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사법 절차에서 인권 보호, 범죄 대응 역량 약화되지 않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무부와 수사권 조정, 특히 수사 준칙 문제만큼은 검찰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며 "법무부와 충분히 협의하고,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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