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장애인들 부모 역할‘ 정현숙씨 복지상 대상

입력 : 2020-09-07 오후 2:00:4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저보다 훨씬 어려운 곳에서 돌보는 분도 많은데 정말 제가 받아도 되는 상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미 많은 복을 받고 있습니다.” 7일 서울시 복지상 대상의 영예를 안은 정현숙(여·60)씨는 그간 누구보다도 장애인 가정을 돕는데 앞장섰음에도 다음에는 자신보다 더 훌륭한 사람에게 상을 주라며 겸양의 미덕을 보여줬다.
 
정씨는 탈시설 장애인의 ‘부모 이상의 부모’ 역할을 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주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하며 탈시설 장애인의 진정한 가족이 돼준 덕분에 시설에서 생활하는 다른 장애인도 자립의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다.
 
정씨는 지적장애인 생활시설인 ‘동천의 집’에 1984년 입사해 36년간 근무한 최장기 근속자로 지적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생애주기별 서비스 지원을 체계화하하는 데 기여했다. 직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그룹홈과 체험홈 직원의 휴무를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휴무일을 쉬지 않고 직원의 대직 업무를 지원하는 등 기관의 중추적 역할을 솔선수범해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스무 쌍의 지적장애인 부부와 퇴소 후에도 인연을 이어가며 집안 대소사부터 자녀양육까지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결혼한 가정을 친정 부모처럼 곁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자녀 양육부터 자녀 눈 수술, 신장병 치료 등은 물론 근처 조그만 빌라를 얻어준 적도 있고, 자녀가 아플 때 병원을 연결해 준 경우도 있다.
 
시설에서 살다가 퇴소한 형제 부부가 강원도 양양에서 집을 나란히 살고 있는데, 이들 형제 부부는 따로 의지할 곳이 없어 아들 안과 수술도, 자격증 준비도, 아이를 맡겨야 할 때에도 정씨의 손을 빌렸다. 그때마다 정씨는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퇴소 후에도 계속 마음이 쓰인다”며 이들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고 있다.
 
최근에 시설에서 만나 결혼한 가정은 ‘아이도 낳고, 신혼여행도 가고 싶다’고 하기에 여수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약간 보태주기도 했다. 이들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시설로 찾아와서 사진도 보여주며 정씨와 기쁨을 나눴고, 정씨 역시 마치 친부모가 된 것처럼 뿌듯해했다.
 
정씨는 “부모도 가족도 없는 상태에서 시설을 나온 사람들이 의지할 곳은 결국 이 곳”이라며 “지금 이용자들도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즐겁게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형, 언니처럼 살고 싶어요’라는 생각으로 희망을 품고 꿈을 키우고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은퇴 후 13년간 무려 1만5000시간 동안 어르신·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홍경석 씨 △장애인·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지역사회를 위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펼친 사회복지사 심희경 씨 △매달 장애아동 공동생활가정에 방문봉사를 펼치는 샤롯데봉사단도 서울시 복지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7일 서울시 봉사상 대상을 수상한 정현숙씨.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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