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코로나 백신 시대, 인류애와 과학을 생각하다

입력 : 2021-05-03 오전 6:00:00
코로나란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코로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나쁜 일이라고 해서 마냥 회피하는 것은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려 정면으로 맞서 코로나 시대에 있었던 많은 일들을 살펴보고 성찰함으로써 교훈을 얻는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이때 나오는 것이다.
 
코로나는 인간이란 존재에게 과연 인류애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품게 만든다. 또 인간이 얼마나 탐욕적이고 나약한 존재인지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존재인지도 코로나 시대에 그대로 드러났다.
 
일찍이 백신 국가주의(백신민족주의란 말은 모순 용어다)를 경계하며 인류가 다함께 사는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 빌 게이츠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백신국가주의가 이들의 주장을 압도하고 있다. 미국, 유럽국가 등 소위 선진국이란 말을 듣는 나라들이 이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 백신이 차고 넘친다. 그래도 이들은 백신이 없어 쩔쩔매는 가난한 나라에 여유분을 보내는데 매우 인색하다.
 
이들에게 인류애란 말은 사전이나 박물관 진열장에만 있는 것인가. 코로나 대유행 시대에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각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은 백신을 얼마나 많이 제때 구하는가에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가 달려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라면 그런 현실을 감안해 자국의 백신 확보와 집단면역 달성에 다 걸기를 하더라도 결코 박애주의 정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역사에 길이 남을 지도자는 백신 국가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지구촌의 인류와 미래를 생각한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에 불평등, 특히 소득 불평등을 가져왔다. 소상공인과 기업 간에도 심각한 불균형이 일어났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도산하거나 파산하는 개인·기업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국가의 빈부를 가리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외려 엄청난 부를 쌓는 개인·기업들도 상당하다. 이런 불평등과 불균형을 바로잡아주어야 할 의무가 국가에게 있다. 하지만 각자도생, 각국도생이 현실을 지배하는 작동원리가 되는 한 이는 달성하기 어렵다. 인류가 더불어 잘 살아야 하고 개인 간 삶의 격차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말이 참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더는 그런 야만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는 대면 접촉사회를 빠르게 비대면 접속사회로 바꾸어놓고 있다. 비대면 과학기술 영역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계기를 코로나 시대가 마련했다. 이는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인간에게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결코 대면 사회를 포기할 수는 없다. 디지털 기기 등으로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계층에게 비대면 사회는 새로운 재앙이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고 독감처럼 우리의 일상과 함께 하는 코로나 공존 시대로 굳어진다면 접촉과 접속이 조화롭게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개인, 국가뿐만 아니라 지구촌 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순간의 방심이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감염자가 아닐 것이라는 방심이 타인에게 치명적 감염병을 퍼트린다. 감염병과 관계  없는 신에 대한 믿음과 비과학적 신념에 따른 축제 등을 즐긴 사람과 국가는 파멸로 치달을 수 있다. 최근 코로나가 재 창궐해 엄청난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는 인도가 그 대표적 사례다. 인도는 1년 전 미국과 유럽 국가 등 많은 나라들이 이미 겪은 것을 지금 겪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순간을 즐긴 방심 때문이다. 강물로 몸을 씻는다고 몸 안의 바이러스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비과학이 과학을 무시한 순간 인도가 무너졌다.
 
과학이 비과학을 몰아낸 사례는 코로나 시작과 더불어 지구촌에서 번진 정보감염병과 음모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직도 엉터리 방역과 비과학, 즉 유사과학이 우리 사회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드론과 차량을 이용한 야외 방역이 대표적이었다. 살균터널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김치, 홍삼, 녹차, 자외선 살균, 포비돈요오드, 비타민 등이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아줄 수 있는 구세주인 것처럼 떠들던 기업과 언론 등이 있었으나 모두 사기였다.
 
그 백미는 불가리스 요구르트 사건이었다. 과거 혜성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삼았던 비과학의 시대와 감염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몰랐던 중세 흑사병 시대 등 비과학의 시대에 있었던 일들이 첨단과학기술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서도 사기꾼들과 사기기업들이 넘쳐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들의 말로가 좋지 않다는 것도.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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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