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최재형, 대선판 다크호스 부상하나(재종합)

문 대통령, 사표 수리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유감 표명
대선 도전 시사 "대한민국 앞날 위해 어떤 역할 할지 숙고"
윤석열 독주 속 선제적 국민의힘 입당 등 차별화 행보 주목

입력 : 2021-06-28 오후 6:59:34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야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로 거론돼 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8일 임기를 6개월 남겨놓고 전격 사퇴했다. 최 전 원장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며 사실상 대선 도전 의지를 나타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독주 속에서 최 원장이 야권 대선 판도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최 전 원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오늘 오후 5시50분쯤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감사원장 의원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재형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이례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윤 전 총장의 사의를 수용할 당시에는 짧게 관련 사실만을 알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정부의) 전례에 비춰 볼 때 스스로 중도사퇴를 (감사원장) 임기 중에 한 것은 문민정부 이후에 전대미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윤철 전 원장과 양건 전 원장이 중도 사퇴하기는 했지만 정치적 행보가 아닌 정권 교체에 따른 사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야권의 대권 후보로 꼽히던 최 전 원장이 감사원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본격적인 대선 도전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 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치 활동 선언은 하지 않았다. 그는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최 전 원장이 사퇴와 동시에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진 않은 것은 '현직' 감사원장이 사퇴하자마자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를 감안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정치 행보에 나서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구체적 행보를 구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전 원장은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X파일 논란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 잠재적 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최 전 원장은 TBS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5~26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 보수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지난주 대비 1%포인트 오른 4.4%를 기록했다. 윤 전 총장(30.9%), 홍준표 의원(14.1%), 유승민 전 의원(8.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7%)에 이은 5위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 전 원장이 등판한 뒤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 지지율 상승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이 선제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해 윤 전 총장과 차별화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최 전 원장이 10%대의 유의미한 지지율 확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 입당을 통해 보수층의 지지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최 원장에 대한 지지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입당 전망에 대해서는 "최 전 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 만큼 국민의힘에서 당에서 비토 그룹도 없고 지지자 입장에서 볼 때 크게 논란이 안 된다"며 "먼저 들어오는 최 전 원장에 대해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좀 더 관심을 보일 수 있어서 보수층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 전 원장 입장에서는 지지율을 10%대로 빨리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입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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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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