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던 김동연 후보가 8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첫 일성은 "대한민국을 '기득권공화국'에서 '기회공화국'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다짐이었다.
남다른 배경 스토리와 자질·비전 등을 갖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기성 정치권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아온 그가, 적대적 공생관계인 거대 양당의 강고한 벽을 넘어 제3지대에서 차기 대권을 쟁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의 목표는 여당의 정권재창출이나 야당의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국민이 주도하는 정치세력 교체다. 이는 양당 구도를 깨고 대통령이 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성공하면 '한국의 마크롱', 실패하면 한국 정치사에 '제3지대 불가론'을 한 줄 추가하게 된다.
출처/김동연 후보 페이스북
관건은 역시 국민들의 지지 여부다. 일단 정치권은 김 후보의 '흙수저 신화'에 주목한다. 1957년 충북 음성에서 출생한 그는 11세 때 부친이 타계하고 소년가장 역할을 했다. 무허가 판잣집과 천막촌을 전전하다 덕수상고에 입학했고, 17세에 은행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은행을 다니던 그는 야간대학에서 공부하며 고시 준비를 병행했다. 주경야독 끝에 1982년 제6회 입법고시와 제26회 행정고시를 모두 합격하는 영예를 안았다. 엘리트출신이 장악한 공직사회에서 상고에 야간대 출신인 그는 철저한 비주류였지만 실력으로 돌파했다. 흙수저 비주류였던 그의 경험은 '기득권 타파', '기회의 평등', '아래로부터 유쾌한 반란'이라는 정치철학으로 체화됐다.
공적 도덕성과 성실성도 다른 대선 후보들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그는 2015년 공개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명단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서 선물을 사양한 두 명의 공직자 중 한명이다. 2013년 10월 장남을 백혈병으로 잃었지만 주변에 알리지 않고 장례를 치른 후 당일 오후 출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러한 점들이 평가받아 김 후보는 진보와 보수 관계없이 역대 정부에서 중용됐다. 노무현정부 시절 최초의 국가 장기 발전전략 '비전2030'을 만든 주역이며, 이명박정부에서는 예산실장과 기획재정부차관을 역임했다. 박근혜정부의 초대 국무조정실장이자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우리 사회 문제 해결에 진영논리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여야 대선주자들에게 '공통공약 추진시민평의회' 설립을 제안했다. 집권에 성공할 경우 정파를 뛰어넘는 '실용적 거국내각'을 구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책기조 역시 좌우를 넘나든다. 그는 부동산 문제 해결방안으로 보수진영이 극도로 기피하는 '토지 공개념' 도입을 내세운다. 동시에 민간주도 경제성장을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진보진영의 금기 역시 건드리고 있다.
김 후보의 미래비전 능력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2006년 발표된 '비전 2030'은 '선성장 후복지'에서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 패러다임 대전환이 골자다. 제도혁신과 선제적 투자를 통해 동반성장, 질 높은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 핵심 전략으로 성장동력 확충, 인적자원 고도화, 사회복지 선진화, 능동적 세계화, 사회적 자본 확충을 제시했다.
당시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세금낭비, 세금폭탄'이라는 맹공을 받고 좌초됐지만, 1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다. 이명박정부의 '동반성장', 박근혜정부의 '한국형복지'에 영향을 미쳤고, 문재인정부에서는 '혁신성장과 포용적 복지'로 구체화됐다.
김 후보가 문재인정부 초기 핵심 어젠다였던 '소득주도성장'의 급격한 추진을 경계하고 혁신성장에 무게를 둔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현재 소주성은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의 주범으로 비판받으며 그 존재감도 희미해졌지만, 혁신성장은 '제2의 벤처붐, 선도경제 전환'으로 이어져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대권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8일 충남 공주시 리버스컨벤션에서 열리고 있는 시민과의 대화 전 지지자들이 준비한 축하 떡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