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미국·유럽도 한국 따른다

조승래 의원,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 위한 국제세미나 개최
같은 법 준비 중인 미국·프랑스·인도 등 인사 참석
"한국의 인앱결제법, 앱마켓 반독점·반경쟁 정책 방향 제시"
내년 초 CES 기간 중 미국서 2차 토론회 계획 중

입력 : 2021-11-16 오후 2:09:57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한국의 입법 조치는 기울어진 앱(애플리케이션) 경제 공정성을 바로잡는 데 있어 전 세계적으로도 크게 유의미한 업적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들이 참고하고 벤치마킹할 귀중한 선례를 남겼다."
 
(왼쪽부터)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 마크 뷰제 앱공정성연대 창립임원, 세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 메간 디무지오 앱공정성연대(CAF) 사무총장. 사진/배한님 기자
 
시조 쿠리불라 인도 ADIF(Alliance of Digital India Foundation) 회장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에서 한국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에 찬사를 보냈다. 이 법은 전 세계에 유례없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계 최초의 법안이다. 한국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반경쟁적 행위를 저지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한 셈이다.
 
쿠리불라 회장은 "인도에서의 앱 경제 상황도 한국과 비슷하며, 인도의 규제당국은 ADIF 등 인도 앱 개발자들의 청원으로 앱 시장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ADIF는 한국의 법과 유사한 법을 인도에도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 유럽 등에서 온 세미나 참석자들은 지난 9월 시행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의미를 강조하며 이들 나라에서도 비슷한 법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샤 블랙번 미국 상원의원은 "미국에서는 저와 리처드 블루먼솔,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오픈 앱마켓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앱마켓 사업자들과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적용가능한 명확한 규칙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번 의원은 "정책입안자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은 빅테크 기업의 행위를 묵인할 것인지, 혹은 자유롭고 공정한 앱 시장을 위해 싸울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저는 제가 어느 편에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으며, (한국 및 세미나 참석자들이)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세드릭 오 디지털부 장관도 유럽에서의 진척 상황을 공유했다. 오 장관은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규제와 반공정, 반독점에 대한 내용을 담은 디지털서비스법을 입안하려는 노력이 있다"며 "이 법은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행위를 규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 장관은 오는 2022년 4월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 전에 해당 법이 통과되기를 희망한다며 "미국과 유럽 간의, 더 많은 나라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입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앱마켓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 이후 한국에서 나타난 구글과 애플의 대처가 다른 국가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은 기존 앱마켓 정책이 위법이 아니라며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준수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발표한 새 구글플레이(구글의 앱 마켓) 서비스 수수료 이행안을 발표했지만, 26%라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한 데다, 인앱결제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 상태에서 제3의 결제 방식을 추가 옵션처럼 제공해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법 통과로 좋은 기틀이 마련됐지만,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 대상을 추가하거나 수수료를 우회하며 법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규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메간 디무지오 앱공정성연대(CAF) 사무총장도 "구글과 애플은 이 법을 준수하기보다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다"며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렇게 법안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앱마켓 불공정 행위로 애플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법을 지키지 않는 앱마켓 사업자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스위니 CEO는 "애플은 10억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하나의 스토어와 결제 시스템에 묶어놓은 상태에서 한국 법을 무시하고 있다"며 "애플은 당장 이를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법을 지키지 않는 구글과 애플의 행보를 저지하기 위해 오는 17일 전체회의에서 시행령 및 고시 입법 예고를 할 계획이다.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3월까지 시행령과 고시를 준비할 것이며, 내일 상임위에서 관련 보고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시행령 및 고시에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자에게 부과될 시정 조치·과태료·과징금 등 조치와 앱마켓 시장 조사 관련 근거 등이 담길 예정이다. 
 
(왼쪽부터)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무소속 양정숙 의원,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세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팀 스위니 에피게임즈 CEO, 메간 디무지오 CAF 사무총장, 마크 뷰제 CAF 창립임원. 사진/배한님 기자
 
한편,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는 미국, 유럽, 인도 등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를 마련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국제적 여론을 환기하고 각 국가 의원들이나 정부 당국자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미국, 프랑스, 유럽연합(EU) 등에서 두 번째, 세 번째 세미나를 계획 중"이라며 "이 흐름을 자유롭고 공정하고 혁신적인 앱 생태계를 위해 세계 시민들이 힘을 모으는 계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토론회는 내년 초로 예정된 CES 2022 기간 중 미국에서 열릴 전망이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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