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개인정보가 위태롭다

입력 : 2021-12-22 오전 6:00:00
전 여자친구 가족을 살해한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충격을 준 것은 피해자의 주소지를 흥신소가 찾아내 범인에게 50만원 받고 넘겼다는 것이다. 이 일로 구속된 흥신소 직원은 또다른 인물로부터 텔레그램에서 받아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흥신소 운영자는 최소 57명의 개인정보를 빼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이러저리 떠돌면서 매매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개인정보의 유출과 거래는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미 개인정보가 널리 유통되어 왔고 이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하게 느껴왔다. 사실 요즘 휴대전화를 통해 전혀 들어보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던 번호에서 들어오는 각종 문자메시지나 전화가 무수히 많다. 과거에는 기획부동산 업자들이나 휴대전화 단말기 대리점 등이 주요 발신자였다. 그렇지만 요즘은 그 종류도 무수히 많다. 주식투자나 코인거래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발신지에서 날아오는 문자도 적지 않다. 열심히 차단하거나 삭제해도 소용없다. 끝날 줄을 모른다.
 
대한민국의 사는 모든 국민의 신상정보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리저리 악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같은 일은 이미 오래 전부터 벌어지고 있었지만, 줄어들기는 커녕 도리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개인정보가 우리 주변을 떠도는 먼지보다도 가볍게 여겨지는 것 같다. 
 
정부는 나름대로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며 개인정보법도 만들고 개인정보 보호위원회도 신설했다. 그럼에도 이런 사태가 근절되지 않는다.  
 
개인정보가 어쩌다가 그렇게 떠돌고 악용되는지 일반 시민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대기업이나 대형금융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가 새나가고 거래되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실제로 대기업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최근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지난 10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9개업자에 과징금과 과태료를 무더기로 부과했다. 대상기업 가운데는 샤넬코리아, 천재교육, 지지옥션, 크라운컴퍼니 등 알만한 기업들이 다수 들어가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개인정보 파기 의무도 지키지 않았고, 개인정보를 동의없이 해외로 이전하기까지 했다. 대한의학회와 연세의료원, 문원의료재단 등 의료사업자들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달에도 DL이앤씨와 KT알파, 무신사, 동아오츠카, GS리테일, 한국신용데이터 등 7개 사가 모두 4560만원의 과태료를 맞았다. 
 
요즘 들어서는 야놀자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도 잦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0월 쿠팡에서 회원 30여만명의 이름과 주소가 노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지난 가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의 개인정보유출을 막을 실효성 높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렇듯 개인정보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기에 흘러나간 개인정보들을 범죄자나 불법마케팅 조직이 입수하는 것은 식은 죽먹기처럼 쉬울 듯하다. 
 
유출한 기업이나 기관이 뒤늦게 차단해도 어쩌면 뒤늦은 조치가 될 수도 있다. 이미 흘러나간 개인정보가 되돌아가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마치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연 순간 흘러나온 인간의 온갖 악덕을 다시 담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요즘 그렇게 많은 불법 문자나 전화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듯하다. 뿐만 아니라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가 창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제 개인정보를 어떻게 지킬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더 이상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설립된 개인정보위원회가 보다 큰 사명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유출된 사실이 적발된 기관이나 기업에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원천적으로 유출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의 불법유통을 막는 일도 시급하다. 보이지 않게 떠도는 개인정보를 뜰채로 잡을 수도 없으니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개발되듯이, 개인정보 유통을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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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