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기부받은 백신 106만회분 내다버린 이유는

입력 : 2021-12-23 오후 6:03:41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나이지리아가 선진국이 기부한 코로나19 백신 106만회분을 폐기했다. 선진국들이 유통기한 만료가 임박한 백신을 넘겨준 탓이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파이잘 슈아이브 나이지리아 국립1차건강관리개발기구(NPHCDA) 대표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유통기한이 지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06만6214회분을 성공적으로 폐기했다”고 밝혔다.
 
슈아이브 대표는 폐기된 백신들은 부유한 국가들로부터 받은 것이며, 들여올 당시 이미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슈바이브 대표는 “부유한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사재기했다가 유통기한이 다다르면 가난한 나라에 기부한다”고 지적했다.
 
22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공무원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코로나19 백신을 폐기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기한 만료 전에 사용하지 못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만 개 이상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슈바이브 대표는 “이 백신들이 우리에게 전해졌을 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면서도 “우리는 백신 민족주의로 인해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매우 부족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폐기한 백신을 어느 국가에서 받았는지 밝히지 않았다.
 
나이지리아는 올해 8월 이후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와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으로부터 1000만 회분에 가까운 백신을 받았다.
 
오사기에 에하니레 나이지리아 보건장관은 “유럽 국가에서 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중 일부는 유통기한 6개월 중 4∼6주만 남은 상태로 도착했다”며 “백신 포장을 풀고, 배송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제때 접종하기엔 일정이 너무 빠듯했다”고 말한 바 있다.
 
22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기자들이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는 코로나19 백신을 취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이지리아 인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2억600만명에 달하지만, 백신을 완전히 접종한 성인은 2%에 불과할 정도로 접종률이 낮다. AFP통신은 “1996년 뇌수막염 예방주사 임상시험 후 11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친 이후 백신을 꺼리는 문화가 현지에 팽배하다”고 전했다.
 
슈아이브 장관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려면 백신 공급을 더 잘해야 한다”며 “모든 국가가 코로나19를 퇴치할 때까지 그 어떤 국가도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없다”고 했다.
 
 
1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아부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공무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나이지리아 국립보건원은 남아공에서 지난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세계에 알리기 몇 주 전인 지난 10월 이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첫 번째 사례를 발견했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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