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선

입력 : 2022-01-11 오전 6:00:00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지난 6일, 경기도 평택에서 세 분의 소방관이 화재 진압 도중 또 순직했다. 작년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창고 화재 참극이 다시 발생했다. 대선 분위기로 어수선한 무렵, 이들의 순직은 온 국민의 가슴을 저미고, 무릎을 꺾이게 했다. 수색대가 그들을 찾고 있는 동안,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려 이준석 대표 탄핵촉구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종일 계속된 의총 막바지, 의총장에 참석한 윤석열 후보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2차 내분 봉합을 선언하고, 이 대표가 모는 차를 타고 평택 소방관 빈소로 향했다.
 
말 그대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선전이 치러지고 있다. 연일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일들에 국민들은 롤러코스터 이상의 피로감을 느끼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어안이 벙벙해하는 모습이다. 특정 정당 내부 일에 관여할 이유도 사연도 없지만, 국민의힘 발 롤러코스터가 연일 중계방송되다보니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떨쳐지지 않는다.
 
우선 첫째, 국민의힘 내분은 누구를 위한 진통이고 다툼인가. 두 번째, 그게 불가피한 성장통인가. 세 번째, 국민의힘은 에너지와 시간이 그렇게도 많은가.
 
정치권이 국민들 어려운 곳이나 필요한 것을 미리 챙기고 준비해야 하건만 어떤 연유로 국민들이 특정 정당 내부 사안을 지루하고도 피곤하게 들어야 하는가. 우리 정치의 후진성과 고질적 병폐가 그대로 드러난 사례가 아닌가 싶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번 대선의 몇 가지 상징적 장면을 모아본다.
 
이번 대선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자살골 덜 넣기 경쟁이거나, 리스크 적은 후보 고르기 양상이다. 오죽하면 "사과 잘하는 후보를 고르는 대선이 비통하다"는 말까지 나왔다(정의당 심상정 후보). 또, '후보교체'가 여론조사 질문 항목으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필자 기억으로는 그런 설문 항목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희한한 용어가 신문 제목으로 뽑히는 대선이기도 하다. '윤핵관'.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이 용어는 '윤석열 핵심관계자'의 준말. 비선이나 측근 실세가 이번 대선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실세는 정치가 존속하는 한 사라지지 않겠지만, 유독 이번에 국민의힘 내분이나 각종 사달의 원인이자 현안으로 지목되고, 아직도 내연중이다. 공식 계선에 있지 않으면서 중대 사안을 좌지우지한다면, 시대정신의 하나인 '열린사회'와 맞지 않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게 보통명사화돼서야…
 
십진법 상 편의적 분류체계에 불과한 2030이 한데 묶이는 것 자체가 대단히 비과학적이지만, 2030이 선거결과를 가름할 초집중 사안이 된 것도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지역대결에서 세대 간 대결로 양상이 바뀐 건 벌써 10년도 넘은 현상이지만, 2030과 2030 내 남녀 표심이 선거를 결정짓는다면, 우리 정치는 중대한 숙제를 받아드는 것이다.
 
2010년 이후 후보단일화 논의의 중심에는 '안철수'라는 이름 석 자가 있었고, 이번 역시 이슈가 되고 있다. 여러 후보 중 투표를 통해 한 사람으로 단일화하는 게 '선출'인데, 왜 투표 전에 단일화가 단골 이슈가 되는지…아무리 생각해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선거의 본령은 아니다.
 
국민의힘 사태는 국민의힘에게만 귀속되는 일이 아니다. 후보 구도 전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진행 여부에 따라서는 대선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선거의 주 원인인 국민의힘 사태의 출발점은 상호 신뢰와 인정의 문제다. 서로 믿지 못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또 하나는, 심사위원인 국민을 관중석의 수 만명 무지랭이 중 하나쯤으로 본다는 점이다. 재론 자체가 우습지만, 정치의 주체는 국민인데, 그 국민을 수동적 무지랭이로 여기는 오만함 때문에 내분이 두 달 넘게 지속되는 것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국민의힘의 1-2차 내분은 이번 대선의 분수령이라 보인다. 국민들은 '그 내분이 민생과 무슨 상관이 있고, 왜 정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민의힘이나 윤 후보의 수권능력과 자세가 의심받은 건 타당하다. 그 준엄한 질문이 각종 여론조사에 일관되게 반영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정치는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 이번 대선이 던지는 최대의 숙제이자 시대정신이다. 택시면허 소지자 이준석 대표가 몬 차를 타고 소방관 빈소에 가서 분향하며 국민의힘 지도부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pen33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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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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