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한달여 앞두고 '검찰 쟁투' 격화

인수위, '검찰 강화 공약 반대' 법무부 군기잡기
민주당, 새 정부 출범 전 '검수완박' 추진 검토
검찰, 기업 수사 인력 늘려 영향력 키우기 박차

입력 : 2022-03-28 오후 2:24:22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정권 교체를 한달여 앞두고 이른바 '검찰 쟁투'가 격화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공약과 반대 입장인 법무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검찰권 강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고 현 정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전 '검수완박'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현 정부를 향한 칼을 꺼내든 동시에 기업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서면서 윤 당선인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9일 오후 2시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한다. 지난주 취소된 후 다시 잡은 일정이다. 인수위는 지난 24일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당일 취소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수사지휘권 폐지에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이 빌미가 됐다.
 
윤 당선인과 같은 견해인 검찰의 보고는 받으면서 법무부에는 퇴짜를 놓은 것은 새 정부 출범에 앞선 군기 잡기인 동시에 검찰력 강화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검찰 공약'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취소했다가 일정을 다시 잡는 등 검찰권을 둘러싼 쟁투가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박 장관이 28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 답변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업무보고 전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자 예산권 편성 등 윤 당선인 공약에 찬성하는 의견을 인수위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예산권과 관련해서는 투명성 담보란 조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업무보고와 관련한 질문에 "변경사항은 없다"고 답하면서 인수위와 법무부의 갈등은 다시 한번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를 준비하는 인수위와 현 행정부처가 의견 대립을 보이는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검찰 권한 강화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고 수사권 문제는 추세에 맞게 가는 게 맞다"며 다음 달 국회에서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윤 당선인 취임 전에 이루겠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검찰력 강화', 민주당은 '검찰 권한 분산'이라는 정반대 방향을 바라보면서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윤 당선인 공약에 동조하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1일 공정거래조사부를 확대 개편했다. 검사 4명을 추가 배치하고 기존 공정거래수사팀과 부당지원수사팀을 공정거래수사1팀과 공정거래수사2팀, 부당지원수사팀 등 3개 팀으로 늘린 것이다. 공정거래사건 증가에 대응하고 전문성과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란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공정한 시장 규칙을 저해하는 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경제 분야에 대한 검찰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란 시각도 있다.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수사팀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할 만큼 공정거래 사건이 증가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검찰에 대한 기업의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필요 이상의 수사 체계를 만든 것은 전격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기업에 무언의 압력을 높이는 일이고 기업에 대한 직접 수사가 가능해지는 시점에 주도권을 완전히 잡으려는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현 정권을 향한 칼도 빼 들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와 관련해 산업부 원전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했다. 2019년 1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수사 의뢰한 건으로 3년 만에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현 정권 수사의 신호탄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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