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전자 계열3사 '전장' 앞으로

기기부터 소프트웨어까지…생태계 구축 속도
연간 흑자 전환 '목전'…수주잔고도 풍부

입력 : 2022-06-02 오후 3:40:46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LG그룹의 전자 계열사들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생산 능력 확대 등 다양한 전략을 토대로 전장 사업 역량을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 전동화 시대에 발맞춰 그룹 주력 사업인 전자·부품 개발 능력을 응집시켜 미래 캐시카우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광모 회장이 2018년 취임 당시 언급한 '선택과 집중' 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 구광모 회장은 2018년 취임 직후 이사회 인사말에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는 올해 전장사업 투자금을 전년 대비 대폭 상향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SW) 영역에서의 공신력과 전문성을 확보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LG전자가 계획한 전장사업 설비투자액은 6881억원으로 전년(4563억원)과 비교하면 50.8% 증가했다.
 
그간 LG전자는 매년 설비투자를 통해 전장 사업부 부품 생산능력을 확대해왔다. 전장 부품 생산 실적은 2019년 2만4709개에서 2020년 2만9565개, 지난해는 3만5414개까지 늘어났다. LG전자는 전장 사업에서 지난해 말 기준 60조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올해 투자를 통한 생산능력 확대로 수주잔고에 대응하며 연간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LG전자 VS(전장) 사업의 도약이 기대되는데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 속에 수주한 물량이 매출로 연결되면서 본격적인 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 흑자전환 이후 연간으로도 흑자, 이익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 CTO 김병훈 부사장(오른쪽)과 TUV 라인란드 코리아 프랭크 주트너(Frank Juettner) 대표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설계, 구현, 검증 등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기술을 확보했으며 자동차 SW 기능을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과 공신력까지 확보했다. LG전자 CTO부문 산하에 있는 'SW공인시험소'는 지난달 말 'TUV 라인란드(TÜV Rheinland)’로부터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공인시험기관은 자동차 SW의 기능 안전성이 국제표준규격(ISO 26262-6)을 얼마나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곳이다. TUV 라인란드가 자동차 SW 기능 안전(ISO 26262-6) 시험기관으로 인정한 것은 LG전자가 최초다.
 
앞서 LG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인증은 자동차 기능안전성 가운데 최고 수준인 ASIL(자동차안전무결성수준) D등급의 부품 개발 능력에 해당한다. 이는 LG전자가 A등급부터 D등급까지 모든 등급의 반도체를 설계하고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LG전자는 TUV 라인란드로부터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주행보조시스템) 카메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자율주행차 부품’과 ‘차량 미디어 부품’의 개발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인증받은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의 기능안전성 인증을 획득할 뿐만 아니라 인증 대상을 지속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기능안전 수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2018년 차량용 조명 시장 선두업체인 ZKW를 인수하고 지난해 세계적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LG마그나는 지난달 19일 멕시코 전기차(EV) 부품 생산공장 착공을 시작하면서 북미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열였다.
 
LG이노텍(011070)도 마찬가지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레이다, BMS(배터리제어시스템), 차량용 통신모듈 등 차량용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LG이노텍은 테슬라향 전장 카메라의 주요 공급사다. 지난해 기준 M/S(시장점유율)는 50% 수준으로 추정된다. LG이노텍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10조원 수준이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테슬라의 전장카메라 주요 공급사로서 납품을 하고 있다"며 "향후 애플카가 출시될 경우 LG이노텍이 납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LG이노텍은 멕시코 전장부품 공장 증설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마그나가 멕시코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만큼 양사의 전장 사업에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차량용 P-OLED를 본격 양산하면서 관련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등 제품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필수요소로 꼽히고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는 20인치 이상의 초대형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수요 확대를 전망하고 적극적인 기술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전시회 'SID 2022'에서 단일 패널 세계 최대 크기인 차량용 34형 커브드 P-OLED를 선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내 디스플레이의 대형화로, OLED 등 프리미엄 기술을 적용할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며 "업계 유일한 자동차 신뢰성 만족하는 텐덤 OLED 등의 기술로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전장 OLED 수주 잔고에 대해서도 LG디스플레이는 "구체적인 잔고를 말할 수 없으나 작년과 재작년 프리미엄 자동차 내 OLED 수주 확보를 통해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수주 기회가 확대되고 있어 수주를 지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조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