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 부진한 건설사, 오일머니에 ‘중동 붐’ 다시불까

해외수주, 전년비 17.7%감소…삼엔·현대건설, 급감
고유가·원전정책·우크라이나 재건에 장미빛 전망 '여전'

입력 : 2022-07-11 오전 8:00:00
국내 한 건설사가 시공한 해외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올해 들어 해외수주에 부진했던 건설업계가 유가 상승을 기회로 중동에서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하방 압력 속에서도 고유가와 원전사업 수주 확대, 우크라이나 재건 등 신사업 진출에 힘입어 발주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1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규모는 총 121억 8978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에 견줘 17.67%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수주건수는 253건에서 293건으로 15.81% 늘었다.
(표=해외건설협회)
국내 건설사들은 유럽과 아프리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 수주액은 전년대비 29.74% 떨어진 29억214만2000달러를 기록했으며, 공사건수는 15건에서 13건으로 13.3% 줄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3221만8000달러)와 카타르(3056만6000달러), 이라크(8672만3000달러) 수주금액이 각각 94.4%, 98.3%, 60.7% 감소했다.
 
중남미 지역 공사금액은 1억8099만6000달러로 1년 새 66.8% 내려갔으며 태평양·북미지역은 85.8% 내린 2억1506만달러로 조사됐다. 유럽(23억2269만달러), 아프리카(2억3512만달러)의 공사금액이 각각 15.5%, 87% 증가하며 신흥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급격한 인플레이션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며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건설사별로 보면 수주금액이 가장 많은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16억9028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21.5% 감소했으며 삼성물산(028260)은 51.6% 급락한 16억8033만달러로 집계됐다. 롯데건설은 4건의 공사를 따내며 작년 7539만달러에서 14억2146만달러로 급증했지만 #현대엔지니어링(14억426만달러), 현대건설(10억7197만달러) 등은 각각 2.5%, 35.6% 줄었다.
 
유럽, 아시아 등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사의 주력 시장인 중동 지역에서 대형 수주가 나오지 못한 까닭에 실속을 챙기지 못한 셈이다.
  
다만 최근 유가 상승에 따라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인프라 확충이 활발해지면서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도 증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앞서 현대건설(000720)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 중인 국가 산업 투자 프로젝트 '나맷(Namaat)'의 파트너로 선정되는 낭보를 울렸다.
 
이들 건설사는 세계 최대 석유·천연가스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건설 설계·조달·시공(EPC) 분야 독점협상 대상자로, 추후 아람코가 발주하는 사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발주 증가와 원전 정책 변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실시 등으로 건설사의 해외 수주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주택 시장 수주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건설사들 역시 해외 시장에서 먹거리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건설사 해외 수주 현황(표=뉴스토마토)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해외수주는 건설사들에게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아직 네옴(NEOM·사우디아라비아 미래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인프라 수주 외에 가시적인 수주 성과가 미흡한 시기지만, 올해 3분기 현대건설의 필리핀 남북철도와 삼성엔지니어링 말레이시아 OGP(Onshore Gas Plant for Rosmari Marjoram), DL이앤씨·현대건설의 카타르 라스라판(Las Raffan) 등의 수주 결과가 기다리고 있어 하반기를 기점으로 (수주 성과가)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내다봤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유의미한 해외 수주는 현대건설이 수주한 네옴시티 터널프로젝트(7000억원 추정)와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와리 정유시설 보수 공사(6404억원) 2건에 불과하다”면서도 “유가 급등에 따라 주요 산유국의 재정수지가 플러스 전환하며 EPC 발주 증가와 투자 결정의 가속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해외수주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원전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인식 변화와 정부 차원에서의 한국 원전 수출 노력으로 원전 수주 기대감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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