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LG전자가 가전·TV 사업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타법인 출자로 인한 평가손실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향한 공격적인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로봇, 냉난방공조(HVAC)를 3대 핵심 성장축으로 낙점하고, 올해에만 약 4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기업 체질 개선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연합뉴스)
17일 LG전자의 2025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시설 및 연구개발(R&D) 등에 총 4조453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투자액은 지난해 단행된 투자(3조1565억원)보다 약 1조원(28.2%)가량 늘어난 수준입니다.
LG전자의 대규모 투자는 최근의 실적 부진과 투자 지표 악화 속에서 결정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4784억원으로 전년보다 27.5% 감소했습니다. 특히 TV 사업을 맡고 있는 미디어솔루션(MS)사업본부의 경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회복 지연과 시장 경쟁 심화로 작년 한 해 7509억원의 적자를 내며 실적 악화를 초래했습니다.
타법인 출자에서도 쓴맛을 봤습니다. LG전자는 경영 참여와 단순 투자 목적으로 159개 기업에 출자해 지난해 말 기준 1101억7800만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는 지난 2021년 출자한 차량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사이벨룸(Cybellum)과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Athom), 미국 레시피 기업인 사이드셰프(SideChef) 등에서 각각 886억원, 336억원, 77억원 규모의 평가손실이 포함됐습니다.
그럼에도 AI, 로봇, HVAC를 중심으로 한 투자는 지속되는 모습입니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유럽 온수 솔루션 전문 기업 OSO 그룹 AS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미국 로봇 기업 어슈어드 로봇 인텔리전스와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에이펙스에이아이(Apex.AI)를 비롯해 아파트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 사내 독립기업(CIC) 커런트닷컴퍼니 등 8개 기업에 대해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며 관련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LG전자 올해 사업 부문별 투자 계획.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류재철 LG전자 CEO(최고경영자)가 선포한 ‘제로 레이버 홈(가사로부터 해방된 집)’과 궤를 같이합니다. 단순히 가전을 파는 기업에서 벗어나, 고객의 공간과 경험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 기업으로 근원적 경쟁력 확보와 고성과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수익성 중심의 성장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류 CEO는 전날 링크드인 게시글을 통해 “LG전자는 7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가전·고객 서비스 사업에서 깊은 ‘생활 데이터’를 쌓아왔다”며 “궁극적으로 ‘공간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로봇을 도입해 가정 전체를 조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품질 개선과 신모델 개발을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할 예정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투자 재원의 배분입니다. 전체 금액 중 약 40%인 1조5683억원이 신모델 개발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인프라 투자·연구개발에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한 현상 유지를 넘어, 제조 공정의 디지털 전환(AX)과 차세대 라인업 확보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 밖에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의 생산능력 향상 등에 9303억원이 사용되며, 전장 사업을 하는 VS에는 8619억원이, 공조 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와 MS에는 각각 3946억원, 2902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