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치료제 3호 긴급사용승인, 미국 결정 관건

당국, 도입 검토 중…승인시 중증 환자 위주 복용
FDA에 승인 신청 접수…특별법 "외국 승인 먼저"

입력 : 2022-07-19 오전 8:00:00
당국이 미국 제약사 베루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베루 홈페이지 캡처)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당국이 도입을 검토 중인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의 긴급사용승인 여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결정에 따라 갈리게 됐다. 우리와 동등 이상의 수준으로 의약품 안전관리를 실시하는 해외 국가의 승인을 지켜봐야 한다는 특별법 내용 때문이다.
 
1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베루(Veru)가 개발한 '사비자불린'이 새로운 코로나19 경구치료제 도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항암제로 개발된 사비자불린은 임상시험 3상에서 사망 위험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임상 결과를 보면 중증 코로나19 환자 150명 중 98명에는 사비자불린을, 나머지 52명에는 표준치료제와 위약을 투여했다. 투여 60일 이후 위약군 사망자는 45.1%였던 반면 사비자불린 투약군 중 사망자는 20.2%로 나타났다. 위약 대비 사비자불린 사망 위험도가 55.2%인 셈이다. 이 밖에 사비자불린 투약군의 중환자실 입원 기간과 인공호흡기 사용 기간은 위약군 대비 2주씩 감소했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개발사 베루는 지난달 6일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승인 여부는 자료 검토를 거쳐 7~8월쯤 결정될 전망이다.
 
사비자불린이 우리나라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 화이자 '팍스로비드', MSD(머크) '라게브리오'에 이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쓰이는 세 번째 먹는 치료제가 된다.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는 코로나19 확진 초기에 복용하는 반면 사비자불린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해 복용 시기에선 차이가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포함한 의약품의 긴급사용승인 절차는 질병관리청(질병청)의 요청과 이에 따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자료 검토 및 승인 여부 결정으로 진행된다. 질병청의 요청으로부터 식약처 결정이 있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유동적이다. 확보된 데이터만 있으면 단기간 내 승인 결정도 가능하다. 실제로 식약처는 지난해 12월22일 질병청 요청 닷새 만에 팍스로비드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한 바 있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사비자불린'이 질병관리청의 요청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려면 우리나라와 동등 이상의 수준으로 의약품 안전관리를 실시하는 해외 국가의 승인 또는 허가가 있어야 한다. (사진=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단, 식약처가 사비자불린을 긴급사용승인을 하려면 해외에서의 승인 또는 허가가 선행돼야 한다. 의약품 긴급사용승인 과정을 명문화한 특별법 내용 때문이다.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을 보면 국내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긴급사용승인하려면 식약처장이 우리나라와 동등 이상의 수준으로 의약품 안전관리를 실시한다고 인정한 외국에서 먼저 승인 또는 허가가 나와야 한다.
 
현재로서 사비자불린 승인 또는 허가를 검토 중이면서 우리와 동등 이상인 수준의 의약품 안전관리를 시행하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식약처는 "아직 질병청으로부터 사비자불린 긴급사용승인 요청은 없었다"면서 "긴급사용승인이 나오려면 특별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FDA의 사비자불린 긴급사용승인과 국내 당국의 승인 및 도입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실제 처방은 오는 9~10쯤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의료진이 세부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별도로 있어 도입 직후 많은 처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팍스로비드는 외래에서 사용하는 약인 반면 사비자불린은 입원한 중증 환자에게 쓰는 약이라 이용도가 매우 높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제 처방을 위해서 의사들에게도 (관련 내용 등이) 퍼져야 하는 과정이 필요해 현장에서 쓰이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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