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문턱 낮춘다…'구조안전성' 가중치 50%→30%

국토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발표
주거환경 15%→30%·설비노후도 25%→30%로 확대
'조건부재건축' 점수 기준, 30점~55점→45~55점 이하로 조정

입력 : 2022-12-08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항목의 배점 비율을 현행 50%에서 30%로 조정하는 등 재건축 사업의 '규제 대못'으로 꼽혀온 안전진단 평가 항목 가중치를 일부 완화한다. 또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등 4개 항목의 평가점수를 합산한 재건축 여부 판정 기준도 낮추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8일 발표했다. 완화 방안을 보면 정부는 재건축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꼽혀온 안전진단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조정한다. 안전진단은 구조 안전성, 주거 환경, 건축 마감·설계 노후도, 비용 분석 등 네 가지 항목에 가중치를 둬 평가하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항목의 배점 비율을 현행 50%에서 30%로 조정하는 내용의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표는 안전진단 판정기준 개선안.(표=국토교통부)
 
항목별로 보면 구조안전성 평가 가중치는 기존 50%에서 30%로 낮춘다. 현재는 구조 안전성 점수를 전체의 50%의 비중으로 반영하다 보니 재건축 판정 여부가 구조 안전성 점수에 크게 좌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주거환경(현행 15%), 설비노후도(현행 25%) 점수 비중도 각각 30%로 높인다. 주거환경 항목은 주차대수, 생활환경, 일조환경, 층간소음, 에너지효율성 등의 평가다. 설비노후도는 난방, 급수, 배수 등 기계설비, 전기소방설비 등을 평가한다.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평가 비중이 확대되면 주거수준 향상과 주민불편 해소와 관련된 요구가 평가에 크게 반영될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표는 안전진단 판정기준 개선안.(표=국토교통부)
 
조건부재건축 범위도 축소한다. 현재 정부는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등 4개 평가항목별 점수 비중을 적용 후 합산한 총점수에 따라 재건축(30점 이하), 조건부재건축(30점~55점 이하), 유지보수(55점 초과) 3가지로 구분해 판정한다.
 
이 중 '재건축'은 재건축 사업 추진이 즉시 가능하지만 '조건부재건축'은 재건축 시기 조정이 가능한 구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건부재건축 점수 범위인 30~55점은 지난 2003년 제도 도입 이후 동일하게 유지되는 등 구간 범위가 넓어 사실상 재건축 판정을 받기 어려운 장애물로 지목돼 왔다. 실제 현행 기준을 적용해 지난 2018년 3월 이후 현재까지 안전진단을 완료한 46곳 중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곳은 전무하다.
 
이에 국토부는 조건부재건축 점수 범위를 45~55점으로 조정해 45점 이하의 경우 재건축 판정을 받아 바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판정 기준을 합리화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8일 발표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 개선안.(표=국토교통부)
 
재건축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도 개선한다. 현행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과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각 단계는 A~E등급으로 나뉘는데 D등급(조건부 재건축) 또는 E등급(재건축 확정)을 받아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면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의 2차 정밀안전진단을 거친다. 여기서 D등급이나 E등급이 나와야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더라도 1·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하면 다시 예비안전진단부터 시작해야 한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민간진단기관이 수행한 진단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적정성 검토를 거치는 것은 절차적으로 과도하게 중복되고, 많은 기간과 추가 비용이 소요돼 안전진단 판정이 장기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8일 발표했다. 표는 지자체 검토 및 적정성 검토 요청 과정.(표=국토교통부)
 
이에 따라 국토부는 조건부재건축이라도 원칙적으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지자체 요청 때에만 예외적으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가 시행되도록 개선한다.
 
입안권자인 시장·군수·구청장이 1차 안전진단 결과 중 기본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검토한다. 입안권자가 공공기관에 적정성 검토 요청을 하는 경우에도 1차 안전진단 내용 전부가 아닌 지자체가 미흡하다고 판단한 사항에 한정해 적정성을 검토한다.
 
국토부는 이달 중 행정예고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향후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을 억제하려던 종전의 제도가 재건축을 촉진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며 "정량평가(구조안전성)와 정성평가(주거환경 등)의 비중을 변경했는데, 일부 필수요건은 사실상 폐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든 만큼, 이번 대책으로 인한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 급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재건축을 추진하던 기존 단지들에는 호재이지만 호가가 널뛰기하던 올해 상반기까지와 달리 지금은 어지간한 내용이 나와도 바로 호가와 거래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정책변화가 바로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지금이 오히려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정상화를 실행하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8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 재건축 상징인 은마아파트.(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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