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미하일 페도로프의 신개념 전쟁

입력 : 2022-12-13 오전 6:00:00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전쟁이 일어나던 올해 2월24일에 우크라이나는 완전히 망한 나라였다. 전쟁에 관해서라면 지옥까지 쫓아갈 필자의 친구들은 우크라이나의 최후를 취재하기 위해 폴란드로 몰려갔다. 이들이 전한 소식은 심각했다. 전쟁 전에 이미 2개의 러시아 특수군 소속의 알파팀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미 수도 키이우에 잠입했다.
 
방탄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20명 정도의 경무장 알파팀은 키이우 현지의 협력자들과 합류하여 40~50명 정도 수색팀을 편성하고 젤렌스키를 찾아다녔다. 전쟁이 발발한 시점에 젤렌스키는 장관들과도 분리되어 안가를 3~4번 정도 옮겨 다니며 피신했다. 대통령 경호팀 내에서는 러시아에 협력하는 변절자와 이를 색출하려는 세력 간에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에 희망이 없다고 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쟁 전에 "젤렌스키를 독일로 망명시키라"고 지시했다. 키이우에 긴급히 진입한 영국, 미국, 폴란드 유럽자유특수군(?) 3개 팀은 24일에 키이우 공항에 러시아 미사일이 날아와 독일 망명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조건 국경 밖으로 탈출시키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가 재차 날아왔다. 미군의 V-22 오스프리와 MH-60 시호크 헬기가 젤렌스키를 폴란드로 피신시키려고 키이우 외곽에 대기했다.
 
다국적 특수부대가 대통령을 보호하는 동안 공중에서는 F-35 스텔스 전투기가 무인 정찰기 글로벌호크가 보내주는 러시아 군의 이동 정보를 지상의 특수부대에 중개해 주었다. F-35는 전투기 기능보다 정보융합과 데이터 전송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정보기로 진화해 있었다. 미 국가정찰국(NRO)국은 키이우 시내에서 젤렌스키는 찾아다니는 러시아 특수부대의 미니버스를 식별해내고 그 접근을 젤렌스키 측에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최근 탈환한 헤르손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우크라이나 군 내부에서도 러시아 협력자들이 사보타주를 벌이고 있었다. 완전한 지휘공백 상태에서 사전에 훈련받은 대로 예비군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민병대를 조직했다. 탈출이 임박한 시점에 젤렌스키는 장관들과 함께 자신의 휴대폰으로 "키이우를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영상을 촬영했다.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이 영상은 휴대폰으로 즉시 업로드되었다. 이 순간 다시 2개의 러시아 알파팀이 키이우에 새로 잠입했다. 로켓포 등으로 중무장한 이들의 목적은 젤렌스키 체포가 아니었다. 발견 즉시 암살하라는 것이다. 다국적 특수부대는 젤렌스키 망명을 포기하고 키이우로부터 철수해 버렸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한 순간이었다.
 
의문이 있다. 너무나 패배가 확실해 보이는 망한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기사회생한 것인가? 미국과 러시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혀 다른 전쟁, 똑똑한 시민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휴대폰 보급률이 60%에 달하고 150개의 인터넷 광대역 서비스 기업이 있는 나라, 미국과 일본의 빅테크 기업이 진출해 있는 산업단지에서 혁신 역량이 성장하고 있는 나라의 전쟁 양상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와는 전혀 달랐다. 전쟁을 지휘한 영웅은 31살의 미하일 페도로프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대폰으로 남자들의 마초를 자극하는 쇼맨십을 선보이는 동안 벙커에 들어간 페도로프는 먼저 우크라이나 정부 앱 디아(Diia)에 공무원의 51%가 로그온되어 분주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정부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숫자였다. 페도로프의 팀은 디지털 네트워크가 곧 국가의 생명선이며, 이 네트워크만 살아있다면 시민 스스로 전쟁에 동원될 수 있다고 믿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 주민들이 중앙 광장에 모여 휴대전화기를 충전하면서 통화와 인터넷 접속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러시아 지상군의 느려터진 진격과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으로 저항하는 시민군 간의 지리멸렬한 충돌이 이어지는 전쟁 초기의 3주간 그의 팀은 벙커에서 전 세계로 총 3000여개의 트윗을 발송했다. 그중 압권은 일론 머스크에게 "당신이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다"며 "스타링크 위성 안테나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2월26일의 트윗이었다.
 
이 요청에 머스크는 27일에 "보내겠다"고 응답했고 3월1일에는 1차로 5000개의 위성 안테나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해 즉시 가동되었다. 이 소식에 통신업계는 "러시아군이 위성 안테나 전파를 추적하여 박격포로 공격할 것"이라며 "머스크는 안테나로 우크라이나 시민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머스크의 경쟁자들은 한 대에 70만원 정도의 안테나가 지나치게 비싸고 성능도 믿을 수 없다고 비꼬았다. 이런 비난은 한 달도 안 되어 사라졌다. 머스크에 대한 비난은 칭송으로, 위성 와이파이는 새로운 문명의 복음을 전하는 전도사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내일 계속)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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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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