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담대한 구상' 지지 요청했지만…왕이, 진전된 답 없었다

한중 외교장관 화상회담 진행…왕이 "건설적 역할" 원론적 입장 재확인

입력 : 2022-12-12 오후 8:47:08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으로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화상회담에서 윤석열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지만, 왕이 부장은 명확한 답변을 유보한 채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진 장관은 이날 오후 왕 부장과 약 1시간15분간 화상회담을 진행했다. 양 장관은 한중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 8월 박 장관이 중국 칭다오를 방문해 이뤄진 대면 회담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외교부는 “이번 회담은 지난 8월 칭다오 외교장관회담, 11월 G20(주요 20개국) 계기 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양국 간 고위급 교류·소통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에 따라 개최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양 장관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 장관은 올해 역대 최다 횟수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표하며 "북한이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하는 것은 한중간 공동이익으로서 한중간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중국측이 우리의 ‘담대한 구상’ 등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왕 부장은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원론적인 발언으로 기존 입장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박 장관의 담대한 구상 지지 요청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한 바 있다.
 
한미 외교장관은 또 "지난 달 G20 계기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이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입각한 새로운 한중협력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 정상이 합의한 양국관계 발전방향에 따라 후속조치를 원만하게 이행해 나가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 정상간 교류 모멘텀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양 장관은 외교장관 상호방문을 포함해 2+2(외교 및 국방당국) 차관급 외교안보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인문교류촉진위원회,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수준에서 고위급 교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양국 외교부간 '한중 미래발전을 위한 공동행동계획'의 채택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앞서 지난 8월 당시 양국의 외교부는 칭당오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양자·지역·글로벌 차원의 분야별 소통·협력 촉진을 목적으로 '한중 미래발전을 위한 공동행동계획'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으로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아울러 공급망 소통 확대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서비스투자 공식협상의 조속한 재개, 항공편 증편, 인적교류 확대 및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에 대한 협력은 한한령 공식 해제에 대한 논의를 시사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이 우리 드라마·영화를 공식 서비스 하는 사례가 늘면서 국내에서는 한한령 공식 해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한한령을 발동한 지난 2017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양 장관은 지역·국제 문제 관련 상호 관심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경제회복, 기후변화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 관련 대응에 광범위한 공동이익이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양국이 관련 분야에서 긴밀히 소통·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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