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주택 담보로 장기 대출을 받은 직장인들의 이자 납입분에 대해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 속에 내 집을 장만한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그간의 집값 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기준 주택을 '6억원 이하'로 제한하면서 정책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내년부터 장기 주택대출 이자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를 연 최대 18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장기 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소득공제는 상환기간 15년 이상의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낸 것에 대해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를 해주는 제도입니다. 대상자는 무주택이거나 1주택을 보유한 가구의 가구주인 근로소득자입니다.
대상 주택은 취득 당시 기준시가 5억원 이하 주택에서 6억원 이하 주택으로 상향합니다. 6억원 이하 주택 상향은 내년 1월1일 이후 취득하는 주택부터 적용 대상입니다.
정부가 장기 주택대출 이자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를 연 최대 2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27일 밝혔습니다. 표는 소득공제 확대 개편안.(표=뉴스토마토)
장기주택저당차입금의 요건은 상환기간과 상환방식에 따라 공제한도가 달라집니다. 차입금 상환기간이 15년 이상에 고정금리로 비거치식 분할상환하는 경우 공제한도는 2000만원이 적용됩니다.
상환기간 15년 이상으로 고정금리 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중 하나의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는 1800만원이 적용됩니다. 고정금리 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중 하나의 조건을 충족하면서 상환기간이 10년 이상, 15년 미만인 경우엔 6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생애 첫 내 집 마련에 나선 이른바 '영끌족'들은 15년 이상 장기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아 주택 가격 등 요건을 충족하면 제도 개편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택 가격 기준이 턱없이 낮아 정책 효용성에는 물음표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민 주거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3040 직장인 상당수는 정책 수혜를 입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현실적으로 서울의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24평 이상의 아파트 매매가격을 생각한다면 주택 가격 기준을 최소 9억원까지는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KB부동산의 시계열 자료를 보면 이달 기준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포함)의 중위 매매가격은 6억9500만원, 아파트는 9억4583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중위가격은 매매된 주택를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값을 말합니다. 결국 직장 등의 이유로 서울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는 걸 방증합니다.
고종완 원장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상당수는 일자리때문이라도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고 싶어 할 텐데, 대상주택 가격 기준이 낮다 보니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기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장기 주택대출 이자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를 높이기로 한 가운데 주택 가격 기준이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진은 서울 공인중개사 사무소.(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