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가 자산관리 다양성 확대"

(ETF 릴레이 인터뷰)③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
"채권 중흥기와 금리형ETF 성장 맞물려"
존속만기형, 원리금 챙기는 안정적 선택지
현금흐름 수요 충족시킨 '월배당 ETF'

입력 : 2024-02-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김한결 기자]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특히 지난해 국내 ETF 시장은 연간 54% 성장하면서 운용자산(AUM) 120조원을 돌파했는데요. 자산운용업계도 시장 확대에 발맞춰 다양한 ETF 상품 준비에 바빠졌습니다. <뉴스토마토>는 ETF 상품을 만들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를 만나 ETF 시장 전망과 업계 이야기를 듣고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전해드립니다.
 
ETF가 주식 외에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상품화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도 확대됐습니다. 최근에는 매월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배당 상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데요. <뉴스토마토>는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을 만나 다양해진 ETF의 활용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2007년 삼성자산운용 ETF부서에서 시작해 20년 가까이 실무를 하며 잔뼈가 굵은 이 본부장은 ETF가 자산관리 측면에서 다양한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형 ETF가 주목받은 이유로 이례적인 고금리 환경 외에 또 어떤 요인이 있을까요.
 
작년엔 채권ETF가 중흥기를 맞이하고, 금리형ETF가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 퀀텀점프한 포인트였습니다. '금리가 높으면 결국엔 내려가겠지'라는 생각에 많은 투자자들이 채권 ETF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금리가 하락하면)채권가격이 상승해 기대이익이 더 커지기 때문이죠. 존속만기 채권형 ETF가 도입된 것도 시장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채권형 ETF 등장 초기, 운용업계에선 기대감이 컸습니다. 채권 ETF가 흥행할 줄 알았는데 실제론 개인 투자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죠. 채권을 사면 만기까지 기다려 원금과 이자를 받습니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그때의 채권 ETF는 리밸런싱을 해서 만기가 없었습니다. 계속 금리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것이죠.
 
그런데 존속만기형 ETF라는 게 나오면서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ETF가 보유한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상품이 탄생한 겁니다. 즉, 채권과 채권형 ETF가 같은 개념이 된 셈이죠. 그래서 만기형 회사채 ETF는 연금계좌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향후 금리가 인하될 텐데, 고금리에 인기를 끈 금리형 ETF는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까요.
 
금리형 ETF의 구조는, 예를 들어 오늘 금리가 연 3%라면 3%의 365분의 1을 떼서 ETF 가격에 더하고 다음날 3.1%로 오르면 3.1%의 365분의 1을 더하는 식입니다. 무위험으로 (수익률이)올가는 게 금리형 ETF죠. 채권형 ETF는 금리가 급등할 때 시장가격이 빠지는 변화가 있지만 금리형 ETF는 오릅니다.
 
즉, 마이너스 금리로 내려가지만 않으면 3%에서 2%로 금리가 떨어져도 ETF 가격은 오릅니다. 이론적으론 손실 가능성이 없는 상품입니다. 하루도 손실나지 않고 수익률이 오르기만 하는 상품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ETF죠.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가 주목받았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기존에 있던 91일 CD금리 ETF는 3개월에 한 번씩 금리를 고민해야 하는 상품입니다. 이번에 나온 1년 CD금리 ETF는 1년에 한 번 의미가 있는 금리 레벨인지를 따지는 상품이죠. 
 
은행이 발행하는 1년짜리 은행채가 있고,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증서인 1년 CD가 있습니다. 금리 레벨도 비슷한데요. 1년 동안 시장금리를 취하는 것이니 본질이나 금리 레벨이 유사한 상품이죠. 하지만 은행채는 시장의 금리 변화에 따라 평가손익이 발생합니다. 반면 1년 CD를 추종하는 ETF는 무위험으로 하루씩 수익을 쌓는 방식으로 운용합니다.
 
1년 은행채에서 수익을 가져오기 위해선 0.5%의 변동성을 감내해야 하는데 1년물 CD ETF는 변동성 없이 수익률을 줍니다. 출시 후 개인 순매수가 크게 들어오고 있는데요. 주가가 1주에 100만원 수준인데도 많은 투자자들이 찾고 있습니다.
 
'두 번째 월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월배당 ETF는 어떤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인가요.
 
궁극적인 수익률은 월배당을 하지 않는 상품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다만 월배당 ETF에서 주목할 부분은 '현금흐름'입니다. 연금소득으로 생활하는 투자자나 파이어족을 꿈꾸는 투자자 등에겐 매달 현금흐름이 몇 년 후에 받을 매도 차익보다 소중합니다.
 
현금의 효용이 사람마다 다른 만큼 심리적, 재무적인 니즈도 다양한데 이런 포인트를 월배당 ETF가 충족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월배당 ETF를 장기로 모으면 '미래에 월급이 없더라도 월배당 ETF가 나한테 계속 월급을 주겠구나!'하는 심리적 안도감이 있는 거죠.
 
ETF 상품이 늘어난 만큼 자산관리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추천 전략이 있을까요. 

금리형ETF는 대부분 합성ETF로 파생상품을 활용합니다. ETF는 예금과 다르게 세법상 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이자를 유보할 수 있습니다. 일반 펀드는 1년마다 결산해서 과세 대상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지만 ETF는 매도하기 전까지 분배금을 유보할 수 있어 세금 이연효과가 있죠. 매도 전까지는 소득, 이득이 되지 않고 평가이익으로 남아 복리효과를 키울 수 있는 겁니다. 분리과세 효과가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도 금리형ETF나 배당ETF 등 변동성이 낮은 ETF를 넣어 활용할 수 있습니다. ETF 시장에서 굉장히 다양한 자산관리 툴(Tool)을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CD금리 ETF도 기존 91일물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퇴직연금계좌에 100% 담을 수 없었는데, 최근 상장한 1년물은 채권형이라 100% 안전자산으로 취급돼 연금계좌 운용에서도 유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ETF 운용사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합니다. 올해 미래에셋의 ETF 사업 전략은 무엇입니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내부적으로 점유율을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보다 우리가 줄 수 있는 상품의 경쟁력을 중요하게 봅니다. 상품 경쟁력에는 '혁신성장'인지, '연금에 적합한지' 즉 투자자들의 노후를 해결할 수 있는지 두 가지를 고려합니다. 혁신성장에 관련된 새로운 테마를 찾아서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월배당ETF처럼 원금을 잘 유지하면서 성과를 내고 배당을 안정적으로 하는, 진짜 노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는 것이죠. 결국 투자자들은 확정 수익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겠죠. 운용사 입장에서도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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