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제2바이오캠퍼스 조감도(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연내 생물보안법 입법 가시화로 글로벌 바이오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고 바이오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커질수록 국내 바이오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금리인하 개시로 투자가 활성화돼 본격적인 성장과 수요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는데요. 미국 생물보안법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게 기회요인으로 인식되면서 글로벌 시장도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죠.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중장기 CDMO 사업 확장, 증설 계획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바이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외부 변수를 살피면서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과 수주 낭보를 전하면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와 위탁생산(CMO)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이후 최초로 3분기 누적 매출액이 3조원을 돌파했고, 단일 분기 매출액은 1조원을 넘겼습니다. 실적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연 매출 4조원 달성 기록도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5.6% 오른 3조2909억원입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943억8800만원, 7618억22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30.2%, 34.4% 증가한 수치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글로벌 제약사와 잇단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역대급 수주 성과를 기록한 것이 실적 호재에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연간 수주액은 총 5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1조7000억원의 역대 최고 금액 수주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2건의 공시를 통해 유럽 소재 제약사와 총 9304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렸습니다. 이로써 역대 최대 규모 수주 기록을 3개월여 만에 경신했습니다. 이번 계약을 포함하면 올해만 1조원 규모의 빅딜을 총 3건 체결한 셈입니다. 이번 수주 계약 기간은 2031년 12월31일까지이며 고객사 및 제품명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올해 첫 계약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시 기준 총 11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으며, 11개월 만에 전년도 수주 금액의 1.5배에 달하는 5조3000억원의 수주 성과를 기록하며 CDMO 역량을 증명하고 있는데요.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개 글로벌 빅 파마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과거 4공장 가동 전후로 다수의 수주 계약이 성사된 사례에 비춰봤을 때 내년 4월 가동 예정인 5공장도 유사한 추세가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주목할 이슈로 5공장의 선수주, 미국 바이오보안법 입법, 6공장의 착공 등을 꼽았습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CDMO 생산 규모는 60만4000ℓ 입니다.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18만ℓ 규모의 5공장이 완공되면 78만4000ℓ 생산력 확보하는데 이는 생산 역량 기준 전 세계 1위 규모입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이은 대규모 수주공시로 5공장 수주 활동은 순항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6공장 착공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성장 동력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도 준비 중인데요. 올해 안에 ADC 전용 생산시설 완공이 목표입니다.
셀트리온 송도 본사 전경(사진=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 CDMO 출사표, 글로벌 경쟁력 관건
셀트리온도 CDMO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연내 100% 자회사로 법인을 설립하고 CDMO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는데요. 셀트리온은 내년부터 조 단위 비용을 투자해 생산용량 18만ℓ 규모의 대형 공장을 건립하는 등 본격적인 설비 증설 및 영업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셀트리온은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 하락이 문제인데요. 올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1.2% 증가한 8819억원으로 역대 분기 기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4936억원으로 연간 매출을 뛰어넘었죠. 반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했고, 올해 누적 영업이익도 53%로 반토막 났습니다. 아울러 누적 순이익도 66% 급감했습니다. 수익성 악화의 주요 요인은 램시마SC와 유플라이마, 베그젤마를 비롯한 셀트리온 대표 제품들의 글로벌 처방이 확대되며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지난해 12월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에 따른 비용 발생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셀트리온의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 성과와 신약 파이프라인, 위탁개발생산(CDMO) 등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을 이끌 신사업 역량 강화와 질적 성장이 핵심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올해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영역에서 다양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 주요 성과입니다. 기존의 짐펜트라와 유플라이마 등 종양괴사인자(TNF-α) 억제제 제품군에 더해 인터루킨(IL) 억제제인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스테키마도 유럽연합집행위원회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치료 대상 환자 범위가 더욱 확대됐죠.
지난 3월 미국에서 신약으로 출시해 국내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등극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짐펜트라는 지난달 2년 동안 추적연구한 임상 3상 장기 사후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짐펜트라는 인플릭시맙 성분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피하주사 제형으로 만든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죠. 단독 투여군과 면역억제제 병용 투여군 간 차이를 분석해 유효성 및 안전성 등을 비교한 내용에 따르면 양군 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면역원성의 경우 단독투여가 면역억제제 병용 투여와 비교해 항약물항체(ADA) 전환율에서도 안정적인 결과를 보였는데요. 셀트리온 측은 이를 근거로 단독 투여 역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죠.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 기준 연 매출 1조를 목표로 직접 판매망을 통해 짐펜트라 시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미국 의약품 처방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서 운영하는 6개의 모든 공·사보험에 짐펜트라를 등재시키는 계약을 체결해 판매 가속화의 핵심인 보험 환급 기반을 강화했죠.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공장 전경(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바이오 사업 첫삽 뜬 롯데바이오로직스, 수익원 창출 '급선무'
최근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롯데그룹이 미래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오너 3세 신유열 전무가 올해 초부터 글로벌전략실장과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2022년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부터 송도 바이오 캠퍼스에 36만ℓ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착공에 돌입했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후발주자로서 경쟁력 확보가 관건인데요. 내년 하반기에 1공장을 준공하고 2027년 상반기부터 상업 가동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송도 바이오 캠퍼스 프로젝트에 총 4조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차입금 상환 부담을 상쇄할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병행돼야 하죠. 현재 시러큐스 공장 외 뚜렷한 수익이 없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4조원대의 차입금과 이자를 상환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2·3공장을 각각 2025년, 2027년, 2030년 준공할 계획이며, 2034년 전체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 안정화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현재 유일한 매출원은 2022년 인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의약품 공장인 시러큐스에서 발생하고 있는 매출이 전부인데요. 시러큐스에서 발생하고 있는 의약품 위탁생산은 2025년이면 수주 계약이 종료됩니다. 이 때문에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규 수주 계약 체결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올해 실적을 살펴보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003억98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지만 200억9200만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ADC, CDMO 위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ADC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업체를 대상으로 투자 및 협력을 모색하는 중이지만 시러큐스 공장을 제외한 국내 투자에서 재무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CDMO, CMO 공장을 완공 이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을 짜야 한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수주를 받으려면 기술력과 생산력, 자금력 등의 기반이 마련돼야 하고 이 부분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CDMO, CMO 사업이 단순히 생산 기술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을 고려한다면 글로벌 기업과 M&A, 업무협약 등 현지화 전략이 병행돼야 하고 FDA 같은 현지 규제기관의 까다로운 실사, 심사, 인허가를 성공적으로 받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차세대 항암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ADC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역점사업으로 신규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은 미국의 비임상·임상 계약 연구기관(CRO/CDMO) 전문업체인 NJ바이오 등 다수 관련 기업들과 원스톱 ADC CDMO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ADC 플랫폼 전문기업 피노바이오, 카나프테라퓨틱스와도 전략적 파트너십 및 ADC 기술 플랫폼 공동 개발을 추진하며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펼치고 있죠.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증설 중인 ADC 생산시설은 내년 1분기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GMP)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해 ADC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협력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