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마오쩌둥, 히틀러, 그리고 윤석열

세월을 건너 뛴 '친위쿠데타' 수장들

입력 : 2024-12-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조반유리(造反有理). ‘모든 반항과 반대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 네 글자는 중국 4000년 문명을 한순간에 후퇴시킵니다. 1966년 3월부터 1976년 10월까지 10년 7개월간 공식 사망자만 170만명. 붉은 완장을 찬 젊은이, 홍위병들은 대규모 파괴운동을 벌였습니다.
 
이들을 선동해 중국 근대 역사를 단숨에 뒤로 돌려버린 인물은 중국 돈 위안화에 권종(1·5·10·20·50·100위안)에 관계없이 앞면에 새겨진 중화인민공화국의 국부입니다. 마오쩌둥입니다. 
 
부모도, 선생도, 지식인도. ‘반동’이라고 지목되면 목숨을 내놔야 했습니다. 이름은 거창합니다. 문화대혁명. 하지만 이름과 달리 문화는 파괴되고, 인간의 이성은 사라졌습니다.
 
아돌프 히틀러.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600만명 이상의 유대인을 학살한 독일 나치당 수상입니다. 1933년 3월 24일. 당시 히틀러가 수장으로 있던 독일 의회 제1당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나치당)은 친위대(SS) 등이 의회를 둘러싼 가운데 ‘민족과 국가의 위난을 제거하기 위한 법률’을 통과시킵니다.
 
일명 수권법. 입법부가 행정부에 입법권을 위임하는 법률입니다. 사실상 의회는 무력화되고, 행정부가 법률을 무제한으로 쏟아낼 수 있습니다.
 
히틀러는 수권법을 통해 인류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기게 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3분. 긴급 담화문을 생중계로 발표합니다.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며 비상계엄령을 선포합니다.
 
공수특전단을 비롯한 군대가 국회를 침탈하고, 계엄포고령이 발표되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제한됩니다. 국회가 발빠르게 움직여 의결을 통해 계엄해제를 결의하면서 대통령 윤석열은 어쩔수 없이 한발 물러납니다. 그러나 여진은 남아 대한민국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저녁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대국민담화 발표에서 비상계엄령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YTN 뉴스 화면 캡처)
'친위쿠데다' 수장들
 
마오쩌둥과 히틀러, 그리고 윤석열.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은 2024년 12월 3일을 기점으로 공통점이 생겼습니다. ‘친위쿠데타’입니다.
 
친위쿠데타는 이미 권력을 쥐고 있는 측이 일으키는 쿠데타입니다. 쿠데타(coup d'État)는 프랑스어에서 온 말인데, ‘나라를 때린다’는 뜻입니다.
 
친위쿠데타는 ‘스스로 나라를 때린다’는 의미입니다. 정권을 잡고 있는 세력(친위)이 군대 등 물리력을 동원해 정치체제를 변동하는 겁니다. 반대세력을 제거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겁니다. 쿠데타든 친위쿠데타든 공포정치는 필연적입니다.
 
마오쩌둥은 장제스의 국민당을 제치고, 중국을 삼켰습니다. 중국공산당 창립 멤버 중 하나입니다. 장제스에게 쫒기던 대장정 과정에서 당권을 장악했습니다. 이후 국공내전을 거치면서 중국대륙을 손에 넣고, 초대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에 ‘선출’됐습니다.
 
합법적으로 권력을 손에 쥔 겁니다. 그런데 대약진운동 실패로 최소 3000만명 이상의 인민이 굶어죽게되고, 경제가 파멸하는 결과가 찾아오자 비판에 시달립니다.
 
권력을 잃게 된 마오쩌둥은 젊은이들을 앞세워 반대파를 숙청하고, 사망시까지 영구집권의 길을 텄습니다. 물론 중국은 암흑기를 면치 못했습니다.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젊은이들을 눈멀게 만들어 권력을 공고히 하는 ‘친위쿠데타’입니다.
 
히틀러가 수장으로 있던 나치당은 1933년 의회선거에서 원내 1당이 됩니다. 히틀러는 총리로 올라섭니다. 합법적으로 권력을 얻은 겁니다. 이후 수권법 등을 강압적으로 통과시킨 뒤 1당 독재체제가 됩니다.
 
여기서 머물지 않고, 히틀러는 자신이 권력을 잡는 도구로 사용했던 돌격대를 버립니다. 1934년 6월30일. 히틀러는 돌격대 참모장 에른스트 룀과 반 히틀러세력을 암살 등으로 모두 제거하면서 ‘총통’의 자리에 올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잡습니다. 이후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는 악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됩니다.
 
히틀러가 돌격대를 비롯한 반 히틀러세력을 제거한 ‘장검의 밤’ 사건은 ‘친위쿠데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계엄군이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도 2024년 12월3일 밤 45년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입법부인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라고 했습니다.
 
입법부를 ‘종북 반국가 세력들’로 규정하고,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습니다.
 
입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에 대해 반대한다는 빌미로 군대를 동원해 입법 및 사법부를 마비시키겠다는 뜻입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령부를 통해 입법과 사법을 통제하고, 포고령 등으로 ‘수권법’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친위쿠데타’입니다.
 
국회와 시민들의 발빠른 대처로 계엄령은 다음날인 12월 4일 새벽 동틀 무렵 해제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는 1차는 실패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죄를 묻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면 ‘친위쿠데타’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006년 개봉한 뒤 최근 넷플릭스에서 재개봉된 ‘해바라기‘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8년 전에도 명대사로 울림이 컸던 한마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세상 이치라더라”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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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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