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빌라 밀집 지역 전경.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빌라로 통칭하는 다세대와 연립주택은 그간 청년과 서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아파트로 가기 전 거쳐 가는 주거 사다리로도 톡톡한 역할을 했는데요. 하지만 전세사기와 같이 부정적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면서 최근 빌라 신규 공급이 급감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따라 전·월세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청년층과 서민들의 주거 불안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전국 주택건설실적'에 따르면 1월 비아파트(다세대·연립 등) 인허가는 2213가구로 전월(3738가구)과 비교해 40.8%, 작년 같은 기간(2904가구) 대비 23.8% 감소했습니다. 준공 역시 줄었습니다. 비아파트 준공은 2841가구로 전월(4163가구) 대비 31.8%, 작년 같은 기간(4520가구)와 비교해 37.1% 줄었습니다. 착공도 감소했는데요. 1월 비아파트 착공은 1869가구로 전월(2273가구) 대비 27.9%, 작년 같은 기간(2594가구) 대비 17.8% 각각 줄었습니다. 거래도 크게 줄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월 서울의 연립·다세대 매매는 1858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임대 사업 유인도 감소했습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전국 연립주택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은 69.8%로 국민은행이 2022년 11월 표본을 확대 개편한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집주인이 부족한 투자금으로 빌라를 보유하는 게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임차인이 빌라 전세를 꺼리는 현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때문에 빌라에 투자하려면 과거와 달리 목돈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빌라를 전세로 놓고 전세금을 합해서 사업 자금 등을 모두 조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기 돈 및 대출금으로 빌라를 선건설하고 월세로 임대료를 받아 이자 비용 등을 조달해야 합니다. 비아파트 수요는 사실상 와해됐고 앞으로도 빌라는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추세적으로 높아 보입니다. 임대인들이 빌라를 지을 이유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서울 은평구 소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빌라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빌라 공급, 서민 주거 안정 차원서 중요
문제는 비아파트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점인데요. 값비싼 아파트에 살기 힘든 이들의 보금자리이자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공급이 줄면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주거비 부담이 늘어납니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중저가 주택인 빌라 공급이 사라지면 주거 불안정성도 높아지죠.
실제 아파트 월세 비중이 매년 조금씩 높아지는 반면 빌라로 대표되는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국 아파트 월세 비중은 올해 1∼2월 44.2%로 1년 새 2%포인트 늘었는데요. 같은 기간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76.3%로 1년 전보다 5.6%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지방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이 82.9%로 가장 높고, 서울 76.1%, 수도권 73.2%로 나타났습니다. 지방 빌라는 대부분이 전세가 아닌 월세 계약을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규 투자가 끊긴 주택 단지는 노후화가 가속돼 서민층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빌라는 공사 기간이 6개월 남짓으로 통상 3년인 아파트보다 짧은 시간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렴한 전세 주택 공급을 통한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순기능도 있는 만큼 적정 물량이 공급돼야 합니다. 아울러 임대인들에게도 짓고 팔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야 합니다.
강영관 기자 kwan@etomato.com